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이 12일(현지 시각) 과거 해외의 쿠데타 계획을 도왔다고 방송 생중계에서 밝혔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쿠데타’를 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나온 발언이다. 로이터통신 등은 전직 관료가 미국이 다른 국가 정부 전복 시도에 관여했다고 공개 인정하는 모습은 이례적이라고 보도했다.
볼턴은 이날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1년 1월 의사당 난입 사건 때 ‘계획적 쿠데타’를 기도했다고 볼 수 없다”며 “이 나라가 아닌 다른 곳에서 쿠데타 계획을 도운 적이 있는 입장에서 보면 쿠데타에는 굉장히 많은 (준비)작업이 필요하다. 트럼프는 그런 행동을 한 게 아니다”라고 했다. 이는 트럼프가 2020년 대선 패배에 불복한 뒤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벌인 일들을 두고 민주당 등에서 쿠데타 시도라고 비난하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쿠데타 계획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설명하면서 나왔다.
사회자가 어떤 쿠데타 시도를 말하는 것이냐고 묻자, 볼턴 전 보좌관은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겠다”면서도 “(쿠데타 시도가) 성공하진 못했다. 반대파가 불법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을 뒤집으려고 했고 실패했다”고 했다. 해외 언론들은 볼턴이 2019년 남미 최대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에서 마두로 대통령 2기 취임에 반발한 야당 지도자 후안 과이도가 쿠데타를 일으키려고 했다가 실패한 사건을 언급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은 당시 과이도의 입장을 지지했지만 과이도의 쿠데타 시도는 사람들의 호응을 받지 못해 실패로 끝났다.
그는 ‘(베네수엘라 사례 이외에) 다른 무엇(other stuff)이 또 있는 것 같다’는 질문에 “분명히 있다”고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과거 이란, 베트남,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다른 나라에 개입한 일로 많은 전문가의 비판을 받았다”며 “미 당국자가 외국의 소요를 촉발하는 데 있어 자신의 역할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은 드문 일”이라고 했다.
중·러 등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볼턴의 발언에 대해 “놀랄 일도 아니다. 다른 나라에 개입해 정권을 전복시키는 것이 미국의 행동 규칙”이라고 했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미국의 국제정책을 직접 맡은 고위직 중 이렇게 분명히 말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미국이 어느 나라에서 쿠데타를 계획했는지를 알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고 러시아 타스통신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