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각) 이츠하크 헤르초크 이스라엘 대통령과 만나기 위해 대통령 관저를 찾았다. /UPI 연합뉴스

유가를 포함한 미국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 중인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 저녁(현지 시각) 사우디 아라비아 방문을 시작한다. 앞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을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사우디 아라비아 제다에 도착해 30분쯤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을 만나고, 이어 실질적 통치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MBS) 왕세자와 실무회담을 가질 예정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16일 제다에서 열리는 쿠웨이트, 오만,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카타르 등이 참가하는 ‘걸프 협력 이사회’ 정상회의에도 참석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 핵심은 사우디 왕실에 비판적인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2018년 튀르키예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서 납치·피살된 뒤 그 배후로 지목된 빈 살만 왕세자와의 회담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2019년 “그들(사우디)이 대가를 치르도록 하고, 따돌림받는 신세(pariah)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취임 후에도 빈 살만 왕세자를 자신의 카운터파트로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고유가 대응과 중동 정세 안정 등을 위해 사우디의 협력이 절실해지자, 바이든 대통령은 결국 사우디 방문과 빈 살만 왕세자와의 회담을 결심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유가에 영향을 주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란의 핵 능력 확장으로 바이든은 갑자기 사우디 아라비아의 도움을 필요로 하게 됐고, 그 도움을 얻는 유일한 길은 ‘MBS’로 알려진 빈 살만 왕세자를 통하는 것 뿐이라는 현실에 직면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미국 내 인권단체와 민주당 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인권 옹호란 원칙을 저버리고 사우디 방문을 결정했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80세의 바이든 대통령과 36세의 빈 살만 왕세자가 어떤 식으로 회담을 풀어갈지는 아직 미지수다. 바이든 대통령은 14일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임시 총리와의 기자 회견에서 빈 살만 왕세자에게 카슈끄지 피살 사건 문제를 제기할지를 묻는 한 기자의 질문에 “카슈끄지에 대한 내 견해는 절대적으로 긍정적으로 분명하며 나는 인권에 대해 침묵을 지킨 적이 없다”고 답했다. 같은 질문이 재차 이어졌지만 그는 “나는 항상 인권 문제를 제기한다. 그러나 카슈끄지에 대한 내 견해는 아주 분명했다”고만 답했다.

한편 백악관은 14일 사우디가 이스라엘 항공기에 대한 영공 진입 금지 조치를 해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이 결정은 대통령이 사우디와 몇 달간 끈질기고 원칙에 입각한 외교를 해온 결과”라며 “이 결정은 미국과 미국민, 이스라엘의 안보와 번영에 필수적인 더 통합되고, 안정적이며, 안전한 중동을 향한 길을 열어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