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좋은 스코어를 내기 위해 룰과 매너를 무시하고 마음대로 골프를 치는 장면이 생생하게 포착됐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은 트럼프 본인 소유 ‘뉴저지 베드민스터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LIV 인비테이셔널 3차 대회에 앞서 지난달 28일 열린 프로암 경기에 나선 트럼프의 라운딩을 전했다. 골프광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4년간 총 307일 골프를 해 역대 미 대통령 중 최다 기록을 세웠지만 언론 취재가 허용된 적은 없었다. 이번엔 공개 행사인 만큼 기자 50여 명이 처음 그의 플레이를 가까이서 지켜봤다고 한다.
대회 호스트인 트럼프는 미 프로선수 더스틴 존슨과 브라이슨 디섐보, 골프장 운영을 맡는 차남 에릭과 한 조가 됐다. 티오프가 오전 10시인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15분 늦었다. 트레이드마크인 빨간색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모자를 썼다. 에릭의 골프백에는 2024년 아버지의 대선 재출마를 뜻하는 ‘트럼프 2024′가 새겨져 있었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계속 순서를 무시했다고 한다. 티샷을 친 뒤 혼자 전동카트를 몰고 페어웨이로 먼저 빨리 달려가 두 번째 샷을 치고, 동반자들이 두 번째 샷을 마치기 전에 그린 주변에 가서 세 번째 샷이나 퍼팅을 하고 있어 다른 이들이 “비켜달라”고 소리쳐야 했다. 예민한 퍼팅 그린 주변에서 카트를 마구 몰았다.
퍼팅한 공이 홀을 2m쯤 지나자, 트럼프는 아무렇지 않게 공을 집어 홀 바로 옆에 갖다놓고 퍼팅해 파(par)를 기록했다. 벙커에서 빼낸 공이 그린에 못 올라가자 트럼프는 캐디에게 “볼 집어오라”면서, 동반자들이 퍼팅 중인데도 다음 홀로 이동해버렸다. 트럼프의 공이 러프나 라이가 좋지 않은 곳에 떨어지면 캐디가 당연하다는 듯 집어 판판한 페어웨이에 올려놨다고 한다. 트럼프는 “역대 대통령 중 나만큼 잘 치는 사람은 없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NYT 기자는 “트럼프는 자기만의 룰로, 아니 룰이 없는 상태로 골프를 쳤다”며 “18홀 플레이는 그의 4년 대통령 재임기를 보는 듯했다”고 전했다. 또 트럼프는 이날 골프카트와 전용 관람석, 볼 마커와 골프 수건 등에 독수리 문양의 미 대통령 대문장을 썼는데, 이는 연방법 위반이자 마치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만든 LIV골프를 미 정부가 지원한다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대회장 밖에선 9·11 테러 희생자 유족들이 전직 미 대통령이 LIV골프를 유치한 데 대한 항의 시위를 벌였다.
유명 스포츠 기자 릭 라일리는 2019년 책 ‘최고 사기꾼’에서 “트럼프는 두 배 빠른 전용카트를 타고 다니며 남들이 보기 전 공을 치고, 티샷 외의 모든 공에 손이나 발을 대며, 동반자가 잘 친 공을 자신의 공처럼 치거나 그린에 올라온 남의 공을 던져버리며, 스코어를 확 줄여 자랑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