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계획을 두고 백악관은 1일(현지 시각) “의회는 행정부에서 독립돼 있다”며 “우리는 양안(중국과 대만) 문제가 평화적 수단으로 해결되길 바라며 어떤 현상 변화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계획에 거리를 두면서 미·중 간 군사적 긴장이 불필요하게 고조되는 것을 경계하는 발표였다. 미국의 주요 언론 매체들은 “백악관 고위 관계자들이 수차례 펠로시 의장 측에 대만 방문의 위험성을 설명해왔지만, 펠로시가 (대만 방문을) 강행하기로 하자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하원의장은 대만을 방문할 권리가 있다”면서도 “우리는 처음부터 펠로시 의장이 (대만 방문 여부에 대해) 스스로 결정을 내릴 것이고, 의회는 행정부에서 독립돼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했다. 이어 지난달 28일 미·중 정상 간 통화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다른 의원들이 해외 일정에 대해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것처럼 펠로시 의장도 알아서 (대만행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커비 조정관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이 대만 방문을 추진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직후인 지난달 21일 “미군 관계자들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공개적으로 반대했었다. 워싱턴 정가에선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국내 경기 침체 등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중국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을 피하려고 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커비 조정관은 이날 “미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도 변화가 없으며 우리는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면서도 “우리는 (중국군을) 매우 면밀하게 주시할 것이고 하원의장이 안전한 방문을 할 수 있도록 확실히 할 것”이라고 했다.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하기로 한 이상, 그를 보호하는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이날 기자들을 만나 “(펠로시 의장이) 방문을 결정하더라도, 중국이 책임감 있게 행동하고 어떤 긴장 고조에도 관여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서방국가 소속 의원들의 대만 방문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영국 가디언은 이날 영국 하원 외교위원장인 톰 투겐트하트 의원이 이끄는 대표단이 올해 말에 대만을 방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6월에도 조엘 게리오 상원 의원 등 프랑스 의원 5명이 대만을 방문해 차이잉원 대만 총통을 만났다. 한편, 펠로시 의장은 오는 3일 한국을 방문, 4일 김진표 국회의장과 회담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