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 밥 메넨데스 외교위원장(민주당)은 3일(현지 시각)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해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대만과 함께 하는 것은 미국의 의무”라고 밝혔다. 메넨데스 위원장은 펠로시 의장과 더불어 대중(對中) 매파로 분류된다.

미 연방의회의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이 조선일보와 단독 화상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조선일보db

그는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미국은 이렇게 대만과 함께 서 있을 것’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보내고 “우크라이나 전쟁의 분명한 교훈은 최근 몇 년 동안 독재적인 지도자들이 기능하지 않는 민주주의와 주저하는 국제 기구들에 의해 대담해졌다는 것”이라며 “미국은 대만에 대한 우리의 접근과 관련해 좀 더 명확해져야 한다”고 했다. 지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 당시 미국과 국제사회가 단호하게 대응하지 않아 우크라이나 전체가 침략을 받게 된 것처럼 대만 방어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분명히 해 중국의 침략 가능성을 사전에 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대만과 관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벌인 각종 전략을 따라 하고 있다”며 “대만에 대한 사이버 공격과 대만 사회를 분열시키기 위한 각종 가짜뉴스와 음모론 확산 등은 우크라이나 침략 이전에 러시아의 행태와 동일하다”고 했다. 이어 메넨데스 위원장은 “미국이 대만에 대한 올바른 정책을 취해야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과는 다른 길을 선택할 것”이라고 했다.

메넨데스 위원장은 “이는 공화당 중진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 의원과 함께 초당적으로 추진하는 ‘2022 대만정책법안(Taiwan Policy Act of 2022)’을 준비한 이유”라고도 했다. 이 법안은 대만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아닌 국가 중에서 주요 동맹국으로 지정하고, 향후 4년간 45억 달러(약 5조 9000억 원) 규모의 안보 지원을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만이 각종 국제기구, 다자무역협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그는 “미국은 세계의 경찰이 아니지만, 대만인들과 함께 해야 할 도덕적이고 실용적인 의무가 있다”라고 했다.

미국 진보층 일각에선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역효과를 낼 것이란 우려도 계속 내놓고 있다. NYT는 이날 기사를 통해 펠로시의 대만 방문이 한국 등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과의 동맹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NYT는 그 예로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 가능성이 거론되자 중국이 한국에 대한 제재 가능성을 시사한 상황을 거론하기도 했다. 중국과 날을 세울수록 한국이 중국 눈치를 보게 되고 이는 한·미 동맹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