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현지시각) 미 캘리포니아주 LA의 한 원숭이두창 백신 접종소 앞에 수백명이 줄을 서있다. 미국은 4일 기준 원숭이두창 감염자가 7100명으로 집계, 감염자 수로 세계 1위 국가다. /EPA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최근 감염자가 급속히 늘고 있는 전염병 원숭이두창에 대해 4일(현지 시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뉴욕·캘리포니이·일리노이주가 이미 원숭이두창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며, 연방정부 차원의 비상사태 선포는 처음이다. 이에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23일 원숭이두창에 대해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원숭이두창은 지난 5월 처음 발생한 이래 3개월 만에 88국에 퍼져 2만7000여 명의 감염자가 나왔고, 80여 명이 사망했다. 이 전염병은 감염 시 피부 표면에 울퉁불퉁한 발진과 함께 발열과 신체 통증을 동반한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원숭이두창은 현재 미국 48주에 퍼졌으며 감염자는 7100명을 넘어섰다. 지난주보다 일주일 새 2000여 명이 늘어날 정도로 폭증세다. 미 인구가 세계 인구의 5%인데, 원숭이두창 감염자 비율은 25%를 차지한다.

지난 3일 미 캘리포니아주 웨스트 헐리우드의 임시 백신 접종소에서 원숭이두창 백신이 접종되고 있다. 뉴욕과 캘리포니아, 일리노이주 등이 주별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한 데 이어, 연방정부도 4일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AFP 연합뉴스

비상사태 선포에 따라 미 정부는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퇴치를 위한 자금과 데이터 등 자원을 확보하고, 의료진 우선 배치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바이든 행정부는 백신 확보와 감염 위험 경고 등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뉴욕타임스(NYT)는 “원숭이두창 감염자의 99% 이상이 동성 간 성관계를 갖는 남성이라는 데이터에도 불구, 바이든 정부가 동성애자 ‘낙인찍기’를 우려해 문제를 공론화하는 데 지나치게 신중했다는 지적이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지난 6월 뉴욕 등 대도시의 게이 프라이드(성소수자 축제)에 대거 집결한 동성애자들에게 원숭이두창 감염 위험 등을 제대로 경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NYT는 또 “미국에 당장 지네오스 백신 350만 접종분이 필요한데, 현재 확보된 물량은 3분의 1도 되지 않는 110만 접종분(55만명분)뿐”이라며 “코로나 백신 보급 초기 같은 혼란과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각국에서 유럽산 백신 주문이 급증하면서 제조와 유통에 시간이 걸려, 당분간 전염병 확산을 막기 힘들 수 있으며 내년이 돼야 백신 부족이 해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