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각) 뉴욕 트럼프 타워에 도착하고 있다. /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각) ‘백악관 기밀문서 불법 반출’ 혐의로 연방수사국(FBI)이 자신의 플로리다주(州) 마러라고 리조트를 압수 수색한 데 대해 “사람들이 매우 화가 나 있다”며 “끔찍한 일(terrible thing)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미 현지 언론들은 “(이 발언은) 미국 정보·수사 당국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테러 가능성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나왔다”며 “수사기관이 경계 수위를 높이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지금껏 수사 당국이 전직 미국 대통령의 집에 침입한 적은 없다”며 “미국 내에서 매우 위험한 시기 외에는, 전에 볼 수 없었던 수준의 엄청난 분노가 일고 있다”고 했다. 이어 자신에 대한 수사와 의회 조사 등을 “수년간 이어진 사기(scam)와 마녀사냥”이라면서 “전국에서 (갈등의) 온도를 내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수사기관을 공개 압박하는 동시에 지지자를 더욱 선동하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앞서 지난 11일에는 반자동 소총으로 무장한 트럼프 지지자가 FBI 신시내티 지부 건물에 침입하려다 사살됐고, 전날에는 한 남성이 워싱턴DC 의사당 건물로 돌진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성명에서 “기밀 해제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다”며 “(백악관에서 반출한 기밀 문건은) 백악관에서 관저(마러라고)로 가져오는 순간 기밀이 해제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대통령의 ‘스탠딩 오더(standing order)’를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탠딩 오더는 대통령이 특정 명령을 내린 뒤 또 다른 취소 명령을 내리지 않는 한 지속적으로 유효한 명령을 뜻한다. 대통령 자신이 기밀 해제를 결정한 만큼 기밀을 불법 반출했다는 혐의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그런 명령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며 “거짓말”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가 백악관에 들어왔을 때 그런 명령이나 절차, 정책에 대해 보고받은 적이 없다”며 “누군가가 이렇게 거짓말하기 시작한다는 건, 진정으로 절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한편 트럼프의 ‘대선 사기론’에 동조하는 공화당원들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로 대거 지명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이날 보도했다. WP가 집계한 공화당 예비 경선 결과에 따르면, 지금까지 미국 50주 중 41곳에서 공화당 후보로 지명된 469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약 250명이 트럼프의 대선 사기론에 동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