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연방 정부 예산으로 운영하는 대학·대학원 학자금 대출금을 최대 2만달러(약 2670만원)까지 탕감해 주는 방안을 24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대상자는 1인당 소득 12만5000달러(약 1억6687만원), 가계 소득 25만달러(약 3억3375만원) 이하인 사람으로 한 사람당 1만달러의 학자금 대출을 탕감받는다. 특히 저소득층 대학 진학을 위한 ‘펠 그랜츠’ 대출을 받을 경우 최대 2만달러까지 상환 의무를 면제받을 수 있다.
백악관은 미 전역의 4500만명이 연방 학자금 대출로 진 빚이 1조6000억달러(약 2136조원)에 이르며, “미국 중산층엔 상당한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학자금 대출 상환액 한도를 현재 가처분소득에서 기본 생활비를 뺀 금액인 재량소득의 10%에서 5%로 낮춰 부담을 줄이는 조치도 발표했다. AP통신은 비영리법인 ‘책임 있는 연방예산위원회’ 자료를 인용해 이번에 발표한 계획을 모두 이행하는 데 예산이 총 4000억~6000억달러(약 534조~801조원) 필요할 전망이라며 “역사적이지만,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분열을 일으킬 조치”라고 보도했다.
공화당은 ‘세금으로 특정인 학자금을 보조하는 격’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학자금 대출 사회주의는 대학 학비를 저축하기 위해 다른 것을 희생한 가족들, 이미 대출을 다 갚은 졸업생들, 빚을 지지 않으려 (진학 대신) 다른 길을 택하거나 군 복무에 자원한 미국인들에 대한 모욕”이라며 “이 정책은 놀랄 만큼 불공정하다”고 말했다. 벤 새스 공화당 상원 의원은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화이트칼라 대학원생들에게 보조금을 주게 하는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광범위한 학자금 대출 탕감이 사실상 ‘돈 풀기’ 효과를 가져와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에서 “사람들이 드디어 빚더미 산에서 헤어나올 수 있게 됐다”며 “그들은 집을 사거나 가정을 꾸리거나 사업을 시작할 생각을 하게 될 것이고, 이런 일이 일어나면 전체 경제는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학자금 대출 탕감 문제를 1년 넘게 고민해온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지지율 반등세에 힘입어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와 여론조사 기관 모닝컨설트가 지난 19~2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43%로, 한 달 전보다 6%포인트 상승했다. 보수화된 연방대법원이 지난 6월 여성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뒤, 캔자스·미시간·위스콘신 등 일부 주에서 여성 유권자 등록이 늘어나고 것도 민주당에 희망적 신호로 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