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 미국 뉴욕 도심에 위치한 의류 매장에서 도둑들이 수천만원어치에 달하는 물건을 훔쳐가는 일이 발생했다. 경비원들이 있었지만,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고 가만히 서서 도둑들을 바라보는 모습이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25일(현지 시각)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지난 16일 정오 무렵 14번가와 9번가의 룰루레몬 의류매장에 7명의 도둑이 나타나 약 3000만원어치의 제품을 챙겨 달아났다.
당시 상황이 담긴 CCTV 영상을 보면 문 앞에 서 있는 경호원은 도둑들을 보고도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다. 도둑들은 준비해온 카트에 물건을 한가득 담아 경비원 옆을 태연하게 지나간다.
영상은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로도 확산했다. 네티즌들은 “믿을 수가 없다. 저들을 가둬야 했다” “경비원이 있는 이유를 모르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일부 네티즌은 “이들을 저지하다 다치면 경비원이 손해다. 회사에 그렇게 몸 바쳐 일할 이유는 없다” “사고가 발생하면 회사는 책임져주지 않는다” 등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매장 직원들은 도둑들을 저지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마르니 매장의 매니저는 “우린 도둑질을 말리지도 않고 도둑들을 쫓아가지도 않는다. 그냥 내버려 둔다”고 했다. 디올 매장의 경비원은 “이들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데 누가 제지할 수 있겠냐”며 “도난 물건은 다 보험처리가 된다”고 말했다.
현지 경찰이 지난 5일 발표한 ‘2022년 7월 유형별 범죄율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뉴욕에서 발생한 7대 주요 범죄는 전년 동월대비 30.5% 증가한 1만1619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5월과 6월에 이어 재차 1만건 이상을 기록한 것이다. 뉴욕시는 7대 범죄를 살인, 강간, 강도, 폭행, 주택 절도, 중절도, 자동차절도로 규정하고 있다.
절도 용의자가 사실상 보석금을 내지 않더라도 보석이 가능하도록 만든 뉴욕주의 새 보석제도 때문에 절도와 일반 범죄가 급증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2020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보석개혁법은 성범죄·가정폭력 등 일부 범죄를 제외하고는 범죄자들을 불구속 수사하도록 한 법이다. 이전엔 대부분 혐의에 대해 보석금을 내야 석방될 수 있었다.
소호의 한 경비원은 “뉴욕에서 은퇴할 때까지 견딜 수가 없어서 절도범 보석에 대해 엄격한 플로리다로 이주할 예정”이라며 “이 지역에서 도둑질을 막는 건 불가능하다. 나도 직업이 있고 당신도 직업이 있듯이 그들에겐 도둑질이 직업”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