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별장인 마러라고 리조트 압수수색의 근거가 된 ‘선서진술서(affidavit)’ 편집본이 26일(현지 시각) 공개됐다. 선서진술서는 수사 당국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할 때 그 이유를 자세한 수사 상황과 함께 기술한 것이다. 공개된 내용을 놓고 “최고 징역 20년 가능” “기밀문서 취급을 둘러싼 사소한 싸움”이라는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국 법무부가 이날 공개한 A4 용지 32쪽 분량의 선서진술서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퇴임 이후 마러라고로 반출했던 백악관 기밀 문건 관리 실태가 기재됐다. 다만 법무부는 ‘증인의 신분이 노출되는 등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주요 증인 및 세부 증거 등은 부분을 검게 가려지도록 편집해 공개했다.
공개된 선서진술서에 따르면 미 국립기록원(NARA)이 트럼프 측에 요청해 지난 1월 되돌려받은 15상자 분량의 문건 중 기밀은 184건이었는데 25건에는 기밀 최고등급인 ‘1급 비밀’(Top Secret) 표식이 있었다. 또 92건은 2급 비밀(Secret), 67건은 3급 비밀(Confidential) 표시가 돼 있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밀 문서 상당수를 신문, 잡지, 개인 서신 등과 섞어서 관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FBI는 트럼프가 마러라고에 기밀 문건들을 더 보관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지난 6월 한 차례 기밀 문건을 회수했다. 그러나 FBI는 ‘여전히 트럼프가 모든 문건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첩보를 입수했고, 결국 지난 8일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선서진술서에서 FBI는 압수수색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국방 정보와 같은 기밀이 포함된 문서나 대통령 기록물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했다.
현지 언론들은 정치 성향에 따라 엇갈린 판단을 내리고 있다. 친여 성향의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받고 있는 간첩죄(방첩법 위반), 정부 기록물 불법처리, 사법 방해 등 3가지 혐의 중 사법 방해죄는 최고 징역 20년이 가능하다”며 “이는 간첩죄 형량의 2배”라고 했다. 사법 방해는 정부 기관의 공무를 방해할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문서를 감추거나 파기한 경우 성립된다. 반면 보수 성향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설에서 “선서진술서 등을 볼 때 이번 사건은 기밀문서 취급을 둘러싼 (사소한) 싸움으로 귀결되는 것처럼 보인다”라며 “이것 때문에 마피아 보스 집을 터는 것처럼 전직 대통령 집을 뒤진 것이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