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미술관인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메트)이 과거 도난당한 고대 그리스·로마와 이집트 문화재를 다수 전시한 사실을 인정하고 이를 반환하기로 했다. 맨해튼 지검은 3일(현지 시각) 올해 메트 미술관에서 총 1300만달러(약 177억원) 상당의 도난 문화재 27점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메트는 검찰과 협의 끝에 다음 주 중 21점은 이탈리아에, 6점은 이집트에 즉각 반환하기로 했다. 맨해튼 지검은 “통상 1년 이상 걸리던 문화재 반환 절차를 크게 앞당긴 조치”라고 설명했다.
반환 문화재 중엔 기원전 470년경 그리스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테라코타 술잔과 기원전 400년경 제작된 그리스 여신 조각상 등이 포함됐다. 이번 도난 문화재 상당수는 수십년간 도난 문화재 밀거래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스위스의 갤러리 업자 지안프랑코 베키나를 거쳐 메트로 흘러든 것으로 조사됐다. 베키나는 그리스에서 도난 문화재 밀거래로 유죄판결을 받고, 보유했던 6300여 점의 문화재를 이탈리아 당국에 압수당했다. 메트는 성명을 내고 “문화재 수집 기준이 최근 수십년간 크게 달라졌다”며 소장품 획득·관리에 주의하겠다고 했다.
지난 2일엔 미 연방수사국(FBI)이 “FBI 미술 범죄팀이 미국에 수십년간 숨겨져 있던 고대 로마제국 시기 미술 작품을 발견, 지난 4월 이탈리아 정부에 반환했다”고 뒤늦게 밝혔다. 지난 2020년 한 변호사가 메두사(그리스 신화의 마녀) 머리가 그려진 모자이크 작품을 LA에 보관했던 익명의 의뢰인을 대신해 FBI에 접촉했다. 도난품으로 추정되는 이 작품의 출처를 알 수 없어 매매도 안 되자 정부에 자진 신고한 것이다. 작품 일부에 흰개미가 들끓고, 모자이크가 16조각으로 깨져 이탈리아에서 복구 작업 중이라고 한다.
서구 선진국 컬렉터와 박물관들이 국보처럼 전시하거나 소장한 각국 문화재는 제국주의 시절부터 강탈·도난되거나 헐값에 사들인 것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이런 수백년의 관행이 갑자기 도마에 올라 문화재 반환에 자발적으로 나서는 것은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인식이 국가·역사적으로 확산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CNN은 “미 수사 당국의 잇따른 외국 문화재 관련 조치는 유럽의 박물관들이 식민지 시대에 약탈된 대체 불가능 유물들을 반환하라는 압력이 증가하는 상황에 직면하기 시작한 후에 나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