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같은 주요 시장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지면 여러 가지 기회가 줄어들고 앞서가기 힘들다. 미 정부가 반도체 지원법 시행 지침에서 충분한 유연성을 제공하길 기대한다.”
5일 방한한 존 뉴퍼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 회장은 최근 워싱턴 특파원단 공동 인터뷰에서 미 반도체 지원법에 포함된 소위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을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가드레일 조항은 미 정부 지원을 받는 기업들이 향후 10년간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시설에 투자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는 법안 수혜 대상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의 중국 사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하고 미 행정부가 한국 기업들을 감안해 법 적용을 유연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퍼 회장은 코트라 주최로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진행해 4일 공개된 이번 인터뷰에서 해당 법안의 추진 배경에 대해 “우리(미국)의 제조업은 계속 무너져갔다. (반면) 다른 국가들은 저 멀리 앞서 나가고 있었다”며 “최첨단 (반도체) 로직칩 대부분이 전부 미국 밖에서 생산되는 점도 큰 취약점이다. 미국은 혁신 게임에서도 뒤처졌다”고 했다. 1990년대 세계 반도체의 37%를 생산했던 미국이 현재는 생산 비용이 외국보다 25∼50% 비싸져 그 비율이 12%로 줄었다는 것이다.
이어 “가드레일은 미 의회가 기술 정책에 있어서 중국을 매우 불안하게 여긴다는 정치적 현실을 반영한다”며 “중요한 것은 우리가 전 세계에 있는 모든 반도체 생산을 다시 미국으로 가져오려는 게 아니고 다시 균형을 맞추려고 할 뿐”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은 로직칩, 설계, 장비 경쟁력이 매우 강하고 한국은 메모리 분야 강자”라며 “양국 관계가 이미 매우 보완적이라 반도체 지원법이 양국 협력을 더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뉴퍼 회장은 향후 반도체 수요 전망을 묻는 질문엔 “최근 PC나 가전제품용 반도체 수요가 감소했지만 자동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수요는 견조하다”며 “단기적으로 일부 분야는 수요가 감소하고 일부는 증가하겠지만 장기적인 수요 전망은 매우 낙관적(bullish)”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한미)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반도체는 글로벌 산업이며 한국은 핵심 플레이어”라며 “우리는 양국 산업이 상업, 혁신적으로 번창하도록 매우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SIA는 미국과 함께 삼성과 SK하이닉스 등을 포함해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의 3분의 2를 회원사로 두고 있다. 뉴퍼 회장은 미 무역대표부(USTR) 아시아태평양 담당 부대표보, 미정보기술산업협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뉴퍼 회장은 5일 방한해 삼성과 SK하이닉스, 산업통상자원부, 코트라 관계자들을 면담한 뒤 7일에는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