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에서 최종 조립·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해 유럽연합(EU)과 일본도 우려를 제기하기 시작한 것으로 4일(현지 시각) 전해졌다. 유럽연합과 일본 모두 전기차 보조금이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반응을 보여, 한국산 차량을 부당하게 차별하지 말라는 우리 정부의 주장에 더 힘이 실릴지 주목된다.
AP통신에 따르면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유럽연합 통상 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2일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의 화상회담에서 전기차 보조금 문제를 거론했다. 돔브로우스키스 집행위원은 타이 대표에게 “유럽 제조업체들에 대한 차별은 그들이 미국 내 차량의 전기화에 기여하는 것을 훨씬 더 어렵게 만들 뿐더러 전기차를 구매하려는 미국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줄인다”고 말했다. 유럽연합 집행부는 IRA가 화석 연료 사용을 줄여 기후변화 대응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 보면서도, “전기차 세제 혜택과 관련된 조항이 차별적 성격을 지닐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부는 “기후 행동과 관련해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려고 하지만, 차별적이며 WTO에 부합하지 않는 방식으로 친환경 조치가 설계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조립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는 데 대해 일본도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주미 일본대사관의 대변인은 지난 1일 이 매체에 “(IRA의) 영향은 계속해서 면밀히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일본과 미국이 보다 회복력 있는 공급망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켜 나가고 있는 와중의 이런 조치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또 “(전기차 보조금이) WTO 규범에 부합하는지 의구심이 있다. 모든 가능한 채널을 통해 미국 정부에 우려를 전달했고 유럽연합을 포함한 우리 파트너들과 함께 계속해서 우려를 제기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31일 하와이에서 열린 김성한 국가안보실장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회담을 비롯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전기차 보조금에 대한 우려를 미국 측에 전달하고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5~7일 워싱턴DC를 방문해 타이 대표 등에게 이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