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이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USTR 회의실에서 열린 '한미 통상장관회담'에 참석해 캐서린 타이 USTR 대표와 면담을 하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미국을 방문 중인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7일(현지 시각) 워싱턴DC의 미국무역대표부(USTR)에서 캐서린 타이 USTR 대표와 회담했다. 미국이 지난달 입법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북미에서 최종 조립한 전기차만 세액공제를 해주도록 규정해 현대차 등 국내 자동차 업계 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뤄진 회담이었다. 그러나 이 문제를 풀 양국 간 별도 협의 채널을 개설한다는 형식적 합의 말고는 실질적 해결책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안 본부장은 회담이 끝난 후 “(한·미) 양자 간 협의 채널을 개시하기로 합의했다”며 “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미국 정부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어떤 구체적 해결 방안을 논의할 수 있을지 실질적 대안을 갖고 계속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USTR은 보도 자료를 통해 “타이 대표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전기차 조항에 대한 한국의 우려를 자세히 들었고 양측은 이런 사안에 대한 협의 채널을 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국이 이미 미 의회를 통과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까지 끝난 법안에 규정된 문제를 어떤 식으로 풀어갈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전날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우리가 향후 몇 달 동안 국내 규칙을 제정하면서 더 세세한 내용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재무부가 만들 시행령에서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차별 문제를 해소할 수도 있다는 취지로 풀이됐지만, 안 본부장은 “(미국) 재무부 시행령을 가지고 어떤 안이 나올 수 있을지는 협의를 해봐야 되지 않을까”라며 “지금 얘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는 최종 해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WTO 제소를 이유로 미국이 다른 해결책을 모색하는 협의에 불응할 수 있기 때문에 선뜻 채택하기 어려운 카드다. ‘북미산 전기차에 대한 세액공제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WTO 규범에 위배되는지에 대해 타이 대표와 얘기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협의체 구성에 합의하고 이 문제 해결에 최대한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는 문제의식을 보면 (미국 측도)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은데 구체적으로 그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잡기 위해 밀어붙인 법안이다. 이 때문에 적어도 중간선거가 끝날 때까지는 실질적 해결책이 나오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워싱턴의 소식통은 “공화당은 이 법안에 기후변화 대응, 오바마 케어 연장, 의료비 지원 확대 같은 민주당의 중점 정책이 다 담겨있는 것에 불만이 많다”면서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한다면 전면적 수정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간선거 이후에도 미국 정가 분위기가 가라앉아 세부 수정안을 논의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다. 내년 1월 새 회기 시작까지 제대로 된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