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동해 상에 띄운 드론에서 발사한 요격미사일로 파괴하는 방안에 대해 애초 ‘불가능하다’는 보고서를 냈던 미국 물리학회가 지난 5월 ‘실수’를 인정하고 보고서를 웹사이트에서 삭제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세계 최대 물리학자들의 단체인 미 물리학회는 지난 2월 동해 상공의 드론 발사 미사일로 ‘부상(浮上ㆍbooster) 단계’의 북 ICBM을 요격하는 방안에 대해 “매우 어려운 기술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면밀한 분석 결과, 이런 종류의 요격시스템으로는 미국 전체를 방어할 수 없고, 기껏해야 특정시스템이 ‘이론적으로’ 미국 일부만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는 55쪽짜리 보고서를 냈다.
그런데 이 보고서가 나온 지 7개월 뒤인, 지난 19일 미 물리학회 웹사이트에 “보고서가 기술적 실수(errors)를 포함해 저자들은 현재 수정 중이며, 업데이트될 보고서는 발표 전에 외부 검토를 거칠 것”이라는 게재문을 올린 것이다.
‘동해 상 드론으로 북 미사일 요격’이란 아이디어는 리처드 L 가윈(94)과 MIT대의 과학ㆍ국가안보 명예교수인 시어도어 A 포스톨 교수가 냈다. 가윈 박사는 50년 넘게 안보 분야에서 미국 정부에 조언해 왔고, 24세 때인 1951년 세계 최초의 수소폭탄 디자인을 한 사람이다.
2017년 북한이 ICBM인 화성 14호ㆍ15호의 시험 발사에 성공하자, 미 정보기관은 북 미사일의 위협에 주목했다. 미국은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에 설치한 요격미사일 시스템으로 약30분간 북 ICBM의 궤도를 추적해 요격한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2012년 미 국립과학아카데미(NAS)는 “신형 센서와 요격 미사일의 배치, 메인과 뉴욕주(州) 북부의 요격미사일 기지 추가 설치 없이는, 현존하는 요격 시스템에는 결함이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그러자 가윈과 포스톨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대에 보다 가까운 동해에 항시 드론을 띄워놓았다가, 부상 단계의 북 미사일을 요격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NYT는 “전문가들은 부상하는 미사일은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리고 추적이 쉬워 요격에 훨씬 더 취약하다는데 동의한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이 아이디어에 대해 외부의 객관적인 평가를 받도록 당시 트럼프 행정부를 종용했다.
◇드론 발사 요격미사일의 속도를 낮게 잡아
이후 13명의 과학자로 구성된 미 물리학회 전문가들은 2020년부터 우주 배치 및 드론 발사 요격 시스템으로 북 ICBM을 차단하는 방안의 현실성을 검토했지만, 지난 2월 부정적 의견을 냈다. 이 2월 보고서의 ‘결정적 오류’는 바로 드론이 발사한 미 요격미사일의 속도와, 북 미사일 발사대와 드론 간 거리 계산이었다.
이 요격미사일의 속도는 초당 3.1마일(약5㎞) 이상인데, 미 물리학회 보고서는 초당 2.5 마일(약4㎞) 이하로 계산했다. 이 요격미사일의 기본 운항 시간은 195초. 따라서 초당 2.5마일 이하로 날아가, 부상 단계의 북 ICBM을 요격하려면 미 드론은 북 해안선에 매우 근접해야 해 북한에 격추되기 쉽다는 게 보고서의 결론이었다.
그러나 초당 3.1마일 이상이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미 드론은 동해 상으로 160㎞ 이상 더 들어가 떠 있게 된다. 포스톨 박사는 “초당 3.1마일 이상의 속도에선 드론이 동해에서 여유 있게 공격할 수 있지만, 물리학회 계산으론 도저히 작전할 수 없는 지역에 드론이 떠있게 된다”고 NYT에 말했다.
2월의 미 물리학회 보고서가 나온 뒤, 가윈과 포스톨은 보고서 저자들과 교신했고, 결국 그들은 오류를 시인했다. 미 물리학회의 오류가 지적된 것은 123년 역사 상 처음이라고 한다. 미 물리학회장인 UC 버클리대의 프랜시스 헬먼 교수는 지난 5월말~6월초 2월 보고서의 문제점을 저자들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방부, 연방 상하원 군사위원회 소위(小委)에 보냈다.
그러나 수정된 최종 보고서가 나오기까지는 1년이 넘게 걸린다고 한다. 헬먼 교수는 NYT에 “보고서에 관여한 학자들과 학회 직원들이 수십 명이라, 수정 과정은 느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