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뉴욕 순방 중 참모들과의 대화가 공개돼 ‘비속어 논란’이 벌어진 가운데, 미 온라인상에서 민주·공화당 지지자 모두 “윤 대통령 말이 틀린 것 없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윤 대통령 발언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잇따라 공약하고 있는 거액의 해외 공여·지원 정책을 두고 진보·보수 진영에서 ‘갑론을박’이 촉발된 모양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기조연설에서 에이즈·결핵·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국제기구인 글로벌펀드에 180억달러를 모금하자고 각국에 촉구하면서 미국 정부도 60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를 두고 윤 대통령은 회의장을 나서면서 박진 외교 장관 등에게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하는 듯한 장면이 영상 카메라에 포착돼 논란이 됐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발언 중 ‘바이든’이라고 보도된 것은 ‘날리면’이었다”라고 해명했지만, 외신들은 비속어 부분을 ‘idiots(바보)’ ‘FXXXXS’ 등으로 번역하면서 논란을 전했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발언 경위에 대해 “(윤 대통령이) 예산 심의권을 장악하고 있는 거대 야당이 이 같은 기조를 꺾고 국제사회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면 나라의 면이 서지 못할 것이라고 박진 외교부장관에게 전달했었다”라고 했었다.
이에 대해 미국의 대표적 친여(親與) 언론인 워싱턴포스트는 ‘한국 대통령이 미국 의회를 ‘바보’라고 모욕하는 것을 엿들었다’라는 제목에서 이 같은 논란을 전하면서 한국 민주당이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외교참사’라고 비판한 것을 소개했다.
이 기사에 달린 300여개 댓글에서 네티즌들은 ‘반박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의 말에 잘못 된 것이 있느냐’ ‘누가 (윤 대통령) 평가에 반박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해외 공여 공약에 대해 당파적인 공화당 의원들이 무조건 반대할 것이 분명한 상황을 윤 대통령이 짚었다는 취지였다. ‘(비속어로 지칭된 의원들이) 공화당을 말하는 것이라면 그는 유효한 지점을 짚은 것’ ‘진실을 말하는 것이 모욕인 지 몰랐다’라는 댓글도 이어졌다.
반대로 공화당 지지자들도 윤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하는 해외 원조는 통과안되는 것이 맞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하고 있다. 보수 성향인 미국 폭스 뉴스도 ‘바이든 연설에 대한 윤 대통령의 불경한 반응이 마이크에 잡혔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번 논란을 전했다.
여기에서도 ‘국내에서 (해외 원조에 대해)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고, 바이든이 체면이 깎일 것은 분명한데 무엇이 모욕이라는 것이냐’ ‘(윤 대통령이) 말 잘했다. 왜 미국이 미국의 사안이 아닌 것에 대해 돈을 써야 하느냐’는 취지의 댓글이 잇따라 달렸다. “미국의 안보, 인프라, 거리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다른 나라에 아무것도 주면 안된다”라는 취지였다. 다만 ‘그(윤 대통령)가 비방한 사람들은 한국의 유일한 친구들, 즉 (미국) 보수주의자들이다. 윤 대통령은 (태도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댓글도 달렸다.
미국의 중간 선거를 불과 50여일 앞두고 미 정부의 재정 지출 문제는 민주·공화당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다. 대규모 재정지출에 반대해온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 예산안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부채를 유발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석을 차지할 경우 바이든 대통령의 해외 원조 공약 등은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