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이지만 정작 본토에선 질 낮은 식품의 대명사로 통했던 통조림 가공육 스팸(Spam)이 요즘 미국 대도시 젊은이들 사이에서 ‘힙’한 음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CNN은 미국 10~20대가 즐겨 쓰는 소셜미디어 틱톡에서 ‘스팸 먹는 법’ 동영상이 크게 주목받고, 뉴욕·LA 등 대도시 유명 식당에서 스팸 요리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2019년 나온 한정판 ‘펌프킨 스파이스 스팸’은 요즘 이베이에서 캔당 100달러(약 14만원)에 팔리고 있다. 스팸 원산지인 미네소타주 스팸 박물관에는 연간 10만명의 방문객이 몰린다.
이는 한국 등 아시아 대중문화와 음식이 쿨한 것으로 새롭게 인식되면서, 미국산 음식 문화로 수십년 만에 역수입되는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스팸을 넣은 한국식 부대찌개, 스팸 볶음밥과 김밥, 일본식 스팸 초밥과 꼬치, 홍콩식 스팸 샌드위치 등이 아시아계가 많이 거주하는 하와이와 캘리포니아, 뉴욕 등을 거쳐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아시아 국가에서 제조한 스팸은 미국산 원조 제품보다 식감과 맛이 좋다고 느끼는 소비자가 많다고 한다.
이 같은 스팸의 인기는 “미국 기성세대가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CNN은 전했다. 얼마 전까지도 ‘좋은 스테이크용 고기가 넘쳐나는데 스팸을 왜 먹느냐’ ‘어떻게 한국에선 명절 때 스팸을 선물로 주고받느냐’ 같은 인식이 있었다는 것이다.
스팸은 대공황기였던 1937년 호멜 푸드사가 남는 돼지 목살을 가공해 선보인 통조림이다. 돼지고기 중 비선호 부위인 엉덩이와 어깨 살을 이용해 햄을 만들어, 직사각형 알루미늄 통에 진공 포장해 출시했다. 상온에서 몇 년간 보관할 수 있어 출시 초기에는 ‘신비로운 고기’로 불리기도 했다. 2차 대전 당시에는 유럽 전장에 전투식량으로 1억개 넘게 보급됐다. 미 극빈층 구호 식품으로도 이용됐지만, 전후 미국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서자 외면받았다. 호멜사가 스팸을 판매하기 위해 우편 광고를 하도 많이 보내서, 귀찮은 광고성 이메일을 ‘스팸 메일’로 부르게 됐다. 1950년대 이후에는 미군이 주둔한 한국·일본 등에서 귀한 음식으로 대접받았고, 각종 요리법도 발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