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플로리다주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로이터 연합뉴스

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회원국 연합체인 OPEC+(오펙플러스)가 5일(현지 시각) 원유 생산량을 다음 달부터 하루 200만배럴 줄이기로 합의하자,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곧바로 성명을 내고 “근시안적 감산 결정에 실망했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감산을 저지하려 막판까지 총력전을 펼쳤지만,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동안 잠잠했던 미국 내 유가가 다시 급등할 경우,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중간선거에서 집권당인 민주당에 큰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CNN은 “이번 감산 결정은 최악의 시기에 이뤄진 것”이라고 보도했다.

CNN은 이날 정부 소식통을 인용, “바이든 행정부는 중동 동맹국들이 산유량을 극적으로 감축하지 못하도록 막판 전면 압박전에 들어갔다”며 “쿠웨이트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동맹국 관리들이 감산 반대 투표에 나서도록 로비하고자 미 행정부 고위 관리들이 나섰다”고 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에게도 쿠웨이트와 아랍에미리트를 포함한 걸프 국가 재무장관들을 만나 감산을 저지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실패하자 백악관은 이날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및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명의로 성명을 내고 “(바이든) 대통령은 세계 경제가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초래한 부정적인 영향에 대응하는 가운데 나온 OPEC+의 근시안적인 감산 결정에 실망했다”고 했다. 이어 “미국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이 1갤런(약 3.78L)당 1.2달러 하락했다”며 “대통령이 국내 및 전 세계 동맹국과 취한 조치는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OPEC+가 러시아와 연대(aligning with Russia)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1.43% 오른 배럴당 87.7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가격은 3거래일 연속 올라 지난달 14일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3거래일간 상승률이 10.4%에 달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WTI가 6개월 내에 평균 100달러를 넘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미국의 여론조사 분석 전문 매체 파이브서티에잇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유가가 고점을 찍었던 6월까지 하락세를 이어가다, 유가가 안정되기 시작한 7월 하순부터 9월 초까지 반등했다. 미국에서 실시된 여러 여론조사를 평균한 수치를 보면, 지난 7월 21일 37.5%로 저점을 찍은 바이든 지지율은 이후 계속 상승해 지난달 5일에는 42.8%를 기록했다. 이후 한 달간 평균 42%대를 유지했는데, 유가가 다시 오르면 내림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