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지난 4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 등 잇따른 도발에 대한 대응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긴급 소집됐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대북 제재는커녕 규탄 성명 채택조차 불발됐다. 심지어 북한은 미국 뉴욕에서 안보리가 열리고 있던 시각에도 동해상에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또 발사했다. 중·러의 비호 속에 북한이 현존하는 국제사회의 가장 구속력 있는 기구인 안보리조차 허깨비 취급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5일 오후(현지 시각) 열린 유엔 안보리에선 미국 등 서방 주도로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며 추가 제재를 논의하려 했으나,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행동은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 탓’이라고 맞서면서 논의가 공전됐다. 겅솽 주유엔 중국대사는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군사연합을 강화하고 핵 관련 군사경쟁 위험을 높이고 있다”며 “긴장 고조와 계산 착오로 이어질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나 옙스티그네예바 러시아 차석대사도 “북한 미사일 발사는 근시안적이고 대립을 추구하는 (미국) 군사 활동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반면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미국대사는 “북한은 올해에만 39발의 탄도미사일을 쐈는데, 안보리는 그 어떤 제재도 합의하지 못했다”며 “북한은 두 상임이사국(중·러)의 따뜻한 보호를 즐기고 있다. 두 이사국이 김정은의 행동을 가능하게 한 셈”이라고 말했다. 바버라 우드워드 영국대사도 “안보리의 무위(無爲)가 북한을 대담하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이날 관련국으로 초청된 한·일 대사도 중·러의 거부권 행사를 비판했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표부 대사는 “안보리의 침묵에 대해 북한은 미사일로 답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날 안보리 회의장에선 북한을 규탄하는 언론 성명 초안까지 회람됐지만 채택은 무산됐고, 한·미·일 등만 회의 후 장외 기자회견을 열어 북 도발을 규탄했다.
북한 외무성은 6일 미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한반도 수역에 다시 출동한 데 대해 “조선반도와 주변 지역 정세 안정에 엄중한 위협을 조성했다”며 비난하고, “미국과 일부 추종 국가들이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우리 군대의 응당한 대응 행동 조치를 유엔 안보리에 부당하게 끌고 간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