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7일(현지 시각) 중국 반도체 메모리칩 생산업체인 YMTC(양쯔메모리)를 비롯해 중국 기업 31개 사를 수출 통제 대상으로 지정했다. 미 정부는 이들 기업이 ‘민감한 기술 수출을 책임있게 다룬다고 신뢰할 수 있는 지 검증이 힘든 회사들’이라고 규정하고 제재를 부과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수퍼컴퓨팅에서 무기 개발에 이르기까지 베이징의 능력을 무력화하기 위한 전면적인 제한 조치를 발표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각) 뉴욕주 포킵시에 있는 IBM 연구센터를 방문해 AI(인공지능) 시설 등을 시찰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날 미 상무부는 중국의 반도체 회사 YMTC 등을 비롯한 ‘미검증기업 리스트’에 오른 중국 업체들과 거래를 하려면 물품을 보내기 전에 실사를 통해 합리적인 사업인지 확인 조사를 수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미 당국에 추가로 수출 허가도 받아야 할 수도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상무부가 이날 발표한 일련의 규제 조치는 수퍼 컴퓨팅 기술을 이용해 핵무기 및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하고 반체제 인사들과 소수민족을 감시하기 위한 중국의 군사 프로그램의 진전을 늦추기 위해 고안됐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의 기존 규제가 중국의 시스템 반도체 업계를 겨냥한 것이라면 이번 규제의 타깃은 메모리 분야에서 약진 중인 중국 YMTC(양쯔메모리)와 창신메모리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YMTC의 경우 최근 애플 아이폰용 낸드플래시 공급사로 합류했다는 보도가 나와 화제가 됐다. 미국 정부로선 이들 메모리 업체가 낸드를 넘어서 고성능 D램을 생산하는 수준으로 더 성장하기 전에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제재 발표에 따라 미국 기업들은 특별 허가를 받지 않으면 더 이상 첨단 반도체와 반도체 제조 장비 등을 중국에 공급할 수 없게 된다. NYT는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기업이나 연합국이 운영하는 시설에 대한 특정 수출은 사례별로 평가되지만 대부분은 승인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미 반도체 기업들도 매출 감소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수퍼컴퓨팅 CPU(중앙 처리 장치) 시장을 노리던 인텔, GPU 강자인 엔비디아와 AMD, 엔비디아 칩을 탑재해 데이터센터 서버를 만들어 팔던 델과 HP엔터프라이즈 등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지난 8월 중국으로의 A100과 H100 칩 수출이 금지되자 4억달러(약 5600억원)의 매출 감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 상무부는 중국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외국 기업에 대해서는 건별로 별도 심사를 거쳐 수출 허용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중국에서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외국 기업은 한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산시성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SK하이닉스는 다롄과 우시에 각각 낸드플래시와 D램 생산 시설을 가동하고 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미 정부는 한국 기업 및 정부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현재로서는 기존 생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사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 소식통은 “미·중 간 갈등 수위에 따라 통제 수위가 높아져 통관 지연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며 “장기적으로 중국 사업 확장 여부를 두고 기업들이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신규 장비 도입이 늦어질 경우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고, 미국의 제재를 피한다고 해도 중국으로부터 견제를 받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상무부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성분을 만드는 중국의 제약업체 우시바이오로직스(야오밍바이오) 등 9개 업체에 대해선 수출통제대상 명단에서 제외했다. 앞서 미국은 우시바이오로직스에 대해선 지난 2월 수출통제 대상으로 지정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