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가 모두 “한국 측에 물어보라”며 직접적인 언급을 자제했다. 북한의 선제 핵 공격 위협에도 동맹을 통한 억지라는 기존 입장을 강조하며 전술핵 배치와 거리를 둔 것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1일(현지 시각) 브리핑에서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미국 정부 입장이 무엇인가. 한국 정부의 공식 요청이 있었나’란 질문을 받고 “한국의 입장과 바람에 대해서는 한국 측이 말하도록 두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커비 조정관은 이어 “우리의 목표는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이고, 아직도 이것을 향한 외교적 경로가 남아 있다고 믿는다”며 “우리는 김정은과 조건 없이 마주 앉아 그런 종류의 결과를 협상할 뜻이 있다고 말해왔다”고 했다. 커비 조정관은 “그(김정은)는 도발을, 미사일 발사와 핵 야망 추구를 계속하겠다는 것 외에 이 제안에 응답하지 않았다”며 “그 모든 것이 한반도에 더 큰 불안과 불안정을 조성하고 있고, 그래서 우리는 한국 동맹, 일본과 함께 양자 및 삼자 협력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국무부 브리핑에서도 ‘한국 내에서 미국의 전술핵을 재배치해야 한다는 논쟁이 있는데 미국은 어떤 입장인가? 한국의 공식 요청이 있었나?’란 질문이 나왔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병력 태세에 대해서는 국방부에, 한국 정부의 요청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에 물어봐야 한다”고 즉답을 피하면서 “우리는 한국을 포함한 동맹에 대한 방위와 억지 공약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는 것을 중시해 왔다”고 말했다.
그간 미국 측은 다른 방식으로도 핵 억지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전술핵 재배치는 필요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와 관련해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이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미국 핵무기를 한국 내에 재배치하는 데는 군사적 이점이 없다”며 “지상 발사형 전술핵무기는 1990년대에 이미 폐기돼 미군이 더는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군은 적의 탐지·요격이 더 어려운 공중 및 해상 기반의 플랫폼에 전술핵을 탑재하고 있는데, 이를 한국 내 지하 벙커로 옮기는 것이 오히려 더 억지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