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용 주미한국대사는 12일(현지 시각) 워싱턴 DC 주미대사관에서 진행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핵 위협 대응과 관련해 ‘한국식 핵공유’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앞으로 상황 발전에 따라 창의적인 해법도 조용히 정부 내에서 검토를 해봐야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북핵 대응의 방안으로 국내에 핵을 반입하지 않고 괌이나 일본 오키나와에 있는 핵을 공유하는 ‘한국식 핵공유’를 제안하면서 “한미 양자간 핵 공유 전략협의체 같은 ‘장관급 논의 기구’를 만들거나 다자 간 협의체를 만드는 방안이 있다”고 했다.
이에 조 대사는 “확장억제 실행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서, 늘어가는 북한 핵위협에 과거와 똑같은 방식이 아니라 좀 더 강화되고 발전된 방식으로 대응할 필요성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라며 “(한국식 핵 공유는) 확장 억제 실행력 강화라는 범주 속에서 이해한다. 그런 창의적 해법도 조용히 정부 내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다만 조 대사는 “우선은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로 가는 것이 맞다”며 “북핵 위협 상황이 심각해질 때는 정부 내에서 조용히 여러 가지 가능한 옵션을 점검하는 게 필요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했다. 비확산 기조를 고수하는 미국 일각의 부정적 기류를 감안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조 대사는 ‘핵공유 문제가 공론화될 경우 북한의 비핵화에 도움이 되겠느냐’는 김경협 민주당 의원의 지적에는 “저는 핵 공유 문제를 한번 점검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우리 정부의 입장은 현재 기존의 확장억제의 실행력을 강화하는 것이지, 정부에서 핵 공유 문제를 연구하거나 검토하고 있는 단계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가 미국하고 협의하고 있는 사항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제 핵 공유 문제가 나왔을 때 이것이 어떤 영향을 갖고, 어떤 의미가 있을지는 사실은 조금 더 토론이 필요한 그런 문제”라며 “북한의 지금 핵보유는 정말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에 그 비핵화를 위해 저희의 옵션을 어떻게 해야 할지 볼 필요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선 토론이 필요하다 생각한다”고 했다. 조 대사는 지난 9월 북한이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한 데 대해 “북한이 과거에는 ‘핵무기를 선제적으로 쓰지 않겠다’는 정책을 발표하고 ‘자신들이 개발한 핵무기는 절대 남한을 향해서 쓰지 않겠다’고 얘기한 적도 있는데 결국은 그 말이 다 거짓말인 것이 드러났다”며 “북한이 가장 공격적인 핵 정책을 발표했기 때문에 우리가 해야 되는 방어 능력의 강화도 그에 맞춰 달라져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북한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에 대해선 “북한이 핵폐기를 시작하면 굉장히 초반 도입 부에 꽤 내용이 있고, 의미가 있는 경협 프로젝트가 배치돼 있다”고 했다. 이어 “북한이 비핵화에 나오면 초기에 북한의 광물 수출을 허가하고 그 돈으로 북한에 필요한 물자를 조달하는 교환하는 프로그램이 설정돼 있다. 이게 한 가지 예인데, 그런 것처럼 북한에 대한 인센티브에 인색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북한을 실질적으로 대화로 끌어낼 수 있는 첫 단계 방안이 무엇이냐’는 지적에는 “저희가 다 공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과는 협의를 다 끝내놨다”면서 “북한에 제안을 했고 대화를 하자고 했는데, 북한이 지금 대화에 나오지 않으니 설명할 기회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조 대사는 전임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종전선언에 대해선 “저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에 대해선 성급하게 추진하면 안 된다는 개인적인 소신을 갖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