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및 소셜미디어 등에서 수천~수만개의 가짜 계정을 통해 친중(親中) 성향의 글을 작성·유포하는 것으로 알려진 온라인 단체가 미국의 11월 중간 선거를 겨냥해 가짜 뉴스를 대량 생성하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주로 미 정부나 미 선거 시스템의 신뢰성을 깎아내리는 게시물들로 궁극적으로는 미국 내 분열을 의도하는 것이란 분석이다.

구글이 최근 인수한 보안 업체 맨디언트가 26일(현지 시각)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친중 성향 온라인 단체 ‘드래곤브릿지(Dragonbridge)’는 최근 온라인 상에서 미국을 겨냥한 게시물을 대량 게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드래곤브릿지는 2019년 홍콩인들의 반중 시위 당시 친중 캠페인을 벌이면서 존재감을 드러낸 단체로, 중국 정부와 연계돼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친중 성향 온라인 단체 ‘드래곤브릿지(Dragonbridge)’가 최근 온라인 상에 게시한 영상 일부. '투표가 미국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투표가 얼마나 많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보안업체 맨디언트는 "미국이라는 국가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해 미 유권자들에게 투표를 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맨디언트

맨디언트는 “드래곤브릿지는 내달 중간 선거에서 투표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는 내용의 영어 영상을 다양한 소셜 미디어에 게시했다”며 “비디오 내용은 주로 투표 효과가 크지 않고 미 정부 기관들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내용으로, 미국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해 미 유권자들에게 투표를 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했다.

친중 성향 온라인 단체 ‘드래곤브릿지(Dragonbridge)’가 최근 온라인 상에 게시한 영상 일부. "미국의 병폐에 대한 해결책은 누군가에게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이 비효율적이고 무력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근절하는 것”이라며 작년 1·6 미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 사태 당시 폭도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올렸다. /맨디언트

이 영상은 “미국의 병폐에 대한 해결책은 누군가에게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이 비효율적이고 무력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근절하는 것”이라며 작년 1·6 미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 사태 당시 폭도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영상 곳곳에서 ‘내전(civil war)’을 언급해 폭력을 유도하고 ‘정치적 내분·양극화·분열’ 등이 미 민주주의의 기본으로 자리잡았다는 주장을 해 정치적 허무주의를 유도하려고 했다. 맨디언트는 “(드래곤브릿지가) 과거에도 미국 사회에 불화와 불만 요소를 퍼뜨리려고 했지만 (최근 들어선) 더 공격적으로 변했다”라고 했다.

또 드래곤브릿지는 지난달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천연가스관 노르트스트림1·2의 전체 4개 수송관 중 3개에서 대형 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한 것 배후에 미국이 있었다는 게시물도 작성·배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시물에서 이들은 “미국이 유럽과 나토 동맹국들을 희생시키면서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을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친중 성향 온라인 단체 ‘드래곤브릿지(Dragonbridge)’는 최근 중국 정부와 연계된 것으로 의심받는 해킹 단체인 APT41가 사실은 미국 정부가 후원하는 단체라는 내용의 허위 게시물도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맨디언트

드래곤브릿지는 중국 정부와 연계된 것으로 의심받는 해킹 단체인 APT41가 사실은 미국 정부가 후원하는 단체라는 내용의 허위 게시물도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APT41은 미국은 물론 대만, 베트남, 인도 내 공공 분야, 숙박, 교육, 항공 등 다양한 산업 분야를 해킹하고 있는 단체인데, 사실은 미 정부가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들은 APT41의 해킹 활동을 담은 홍콩의 한 언론 보도 내용 일부분을 조작해 “미국 해킹 그룹인 APT41이 해외 국가들을 상대로 해킹을 감행했다”거나 미 언론인 자유아시아방송(RFA) 기사를 조작해 “프랑스 정부가 미 해킹 그룹의 활동에 대해 경고했다”는 내용을 트위터 등에 퍼뜨렸다.

맨디언트는 “드래곤브릿지의 공격성 및 끈기와 다작(多作)은 이들의 (집요한) 의도를 보여준다”라며 “이들의 영향력이 제한적임에도 (활동 반경 및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쏟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