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27일(현지 시각) 발표한 2022년 ‘핵태세검토보고서(NPR)’에서 “미국이나 동맹·파트너에 대한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용납할 수 없으며 그 정권의 종식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씨 정권이 핵무기를 사용하고도 생존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없다”는 것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강력한 억지를 재확인하는 메시지를 발표한 것이다.
미 국방부는 북한의 핵 보유에 대해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규모의 라이벌은 아니지만 미국과 동맹·파트너에 억지 딜레마를 야기한다”고 평가했다. “한반도에서의 위기나 충돌은 여러 핵보유국이 개입하면서 확전될 위험이 있다”는 우려도 표현했다. 이날 함께 발표된 ‘미사일방어검토보고서(MDR)’에서도 “대부분의 북한 탄도미사일은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증강된 북핵 능력을 거론했다.
이런 불안한 상황을 억지할 방안으로 미 국방부는 NPR에서 ‘전략폭격기, 이중 용도 전투기, 핵무기의 전진 배치’를 포함하는 ‘유연한 핵 전개’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미 국방부는 “북한에 대한 우리의 전략은 그들의 핵, 화학, 미사일, 재래식 무기가 야기하는 위협과 함께 특히 김씨 정권에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있을 엄중한 후과를 분명히 알릴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핵무기 관련 기술, 물질, 전문 지식을 여타 국가·비국가 행위자에게 이전할 경우에도 (북한) 정권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도 했다. 북한 핵 능력이 고도화되면서 미국 내에서 북한 비핵화 정책을 포기하고 군축 협상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미 국방부는 “우리의 목표는 계속해서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라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날 NPR, MDR과 ‘국방전략보고서(NDS)’를 병행 작성해 발표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중국을 “국제 질서 재편 의도와 힘을 모두 가진 (미국의) 유일한 경쟁자”로, 러시아는 “미국의 이익, 가치에 즉각적이고 날카로운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3대 보고서가 함께 공개된 것은 이번이 최초로 중국·러시아·북한·이란 등이 동시다발적 위협을 가하고 있는 복잡한 안보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의 이와 같은 경고가 나온 직후에도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28일 오전 강원도 통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2발을 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