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를 하다가 이성을 잃고 화를 냈다고 미국 NBC뉴스가 3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10억달러(약 1조4176억원) 규모의 추가 군사 지원을 결정했다는 말을 마치자마자,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의 지원이 필요하지만 아직 전달받지 못한 품목들을 나열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NBC는 지난 6월 이뤄진 양 정상 간의 통화 내용에 밝은 소식통 4명을 인용해 이 대목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이성을 잃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민들은 아주 관대했고 우리 행정부와 미군은 우크라이나를 도우려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좀 더 감사를 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의 지원을 높이 평가하며 감사하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양 정상 간의 관계는 더 좋아졌다고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들은 말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이 화를 낸 것은 우크라이나에 수십억 달러를 보내는 것에 대한 의회와 대중의 지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 경제가 침체 조짐을 보이면서 최근 미국 의회에서는 우크라이나 원조에 대한 회의론이 조금씩 일고 있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지난달 18일 인터뷰에서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우크라이나에 백지수표를 쓰지 않을 것”이라고 지원 규모 조절을 언급한 적 있다. 민주당 내 진보 모임 소속 의원 30명은 지난달 24일 백악관에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러시아와 직접 협상하라고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당내 비판 여론에 하루 만에 철회하기는 했지만 민주당 내에도 우크라이나 지원 부담을 줄이고 싶어 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뜻이다. 예산안을 결정하는 의회가 미온적 태도를 보이면 앞으로 우크라이나 지원은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