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폴란드 군비청의 FA-50 전투기 48대 수출 이행 계약식이 열린 지난 9월 16일(현지 시각),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이 계약서에 서명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한국이 유럽에서 대형 방산 계약을 잇따라 체결하면서 미국 방산업계가 초조해하고 있다고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신무기를 구매할 때 통상 미국을 찾았던 동유럽 국가들이 점점 더 싼 가격에 더 빨리 무기를 인도해 줄 수 있다고 말하는 한국을 계약 상대로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폴란드가 한국산 K2 전차 980대, K9 자주포 672문, FA-50 경공격기 48대를 구입하기로 한 것이 큰 동요를 낳고 있다고 했다. 계약 규모와 빠른 인도 일자가 미국 방산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는 것이다. 폴리티코는 “한국 방산기업들은 오랫동안 유럽에서 활동하며 곡사포와 소화기(小火器) 등을 여러 국가에 팔았다”면서 “그렇지만 이런 계약들은 폴란드가 지난 7월 이후 두 방산 기업과 맺은 계약에 비하면 별것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폴란드가 지난달 한화디펜스와 천무 다연장로켓 288문 도입 계약을 체결할 당시 일화를 소개했다.

당초 폴란드는 미국산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500문을 구입하려고 했다. 하지만 미국 측이 폴란드가 원하는 일정을 맞출 수 없다고 하자 천무 쪽으로 선회했다.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장관은 지난달 19일 천무 계약 행사에서 “불행히도 제한된 산업적 역량 때문에 만족스러운 기간 내에 그 장비(HIMARS)를 인도받는 것이 불가능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검증된 파트너’인 한국과 논의를 시작한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한 미국 방산업계 관계자는 폴리티코에 “이런 일이 폴란드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있다”면서 “이것은 순전히 한국의 마케팅 공세다. 그들이 약속한 것처럼 빠르게 무기를 인도할 수 있는지 검증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미국 방산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 사이에는 쉽게 깨지지 않을 오랜 관계가 있다”면서 “한국산 수출이 아직은 (미국의) 주된 걱정거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한국이 지닌 큰 야심을 묵살할 수는 없다”고 폴리티코는 결론 내렸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한국을 ‘4대 방산수출국’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한 데다, 폴란드와 계약한 무기들이 제때 인도되면 다른 국가들도 한국을 찾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노르웨이가 K2 전차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맥스 버거먼 유럽국장은 “(미국의) 유럽과 아시아 동맹 사이에 더 큰 연계가 생기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미국 방산업계의 시장 점유율이 좀 떨어질 수는 있겠지만 미국의 더 큰 국가 안보 관점에서 보면 유럽이 자체 방산 능력을 잃어버렸다는 점이 진짜 문제”라고 말했다. 많은 유럽 방산기업이 내수보다 수출에 집중하면서 정작 유럽이 자체적으로 무기를 조달할 역량이 약화된 점이 걱정이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