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에스퍼 전 미 국방장관은 5일(현지 시각)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지금 당장 논의할 문제는 아니지만, 결코 논의에서 제외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한·미 간 전술핵 배치도 논의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에스퍼 전 장관은 이날 공개된 VOA(미국의 소리) 인터뷰에서 “미국은 1990년대 초까지 오랫동안 미군 통제하에 한국에 전술핵을 배치했다”며 “논의에서 제외돼야 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2019년 현직 국방장관이었을 때도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새로운 중거리 미사일을 개발하면 아시아·유럽 동맹국과 배치를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중·러 견제를 위해 한국 및 일본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려는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실제 배치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는 ‘한국의 자체 핵무기 개발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엔 “자국 방위에 대한 어떤 나라의 주권적 결정도 절대 부정해선 안 되지만, 한국은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공약을 믿어도 된다”며 “미국이 한국에 전술핵 무기를 제공하거나 배치할 것인지가 토론의 시작점”이라고 했다.
에스퍼 전 장관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최근 ‘북한의 핵 공격은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한 데 대해 “사실을 말한 것뿐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면 미국과 한국의 대응으로 이어지고 북한 정권이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북한에 그런 위험을 분명히 알리고 그들의 나쁜 행동을 계속 억제하는 것은 매우 타당하고 적절하다”고 했다.
북한의 선제공격 우려에 대해선 “한·미는 북한을 즉각 압도할 역량이 있다. 한·미 연합군과 미군, 한국군은 핵과 재래식 영역 등 전쟁의 모든 영역에서 우세하다”며 “우리는 한국을 방어할 뿐 아니라 필요하다면 북한과 교전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한편 에스퍼 전 장관은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시 주한미군 및 한국군이 대만에 파병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주한) 미군이 대만에 파병되는 것은 물론 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한국군의 파병 여부는 한국 정부의 결정에 달린 것”이라며 “한국군은 조국(한국)을 방어하며 북한에 강력히 저항하는 모습을 계속 보이겠지만 (대만을) 지원하는 역할도 확실히 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