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확전과 핵·대량살상무기(WMD) 사용을 방지하기 위해 최근 몇 달간 러시아와 최고위급 수준의 비밀 연쇄 전화 회담을 해온 것으로 6일(현지 시각) 전해졌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은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연방안보회의 서기,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 담당 보좌관과 비공개 대화를 해왔다고 미국 및 동맹국 당국자를 인용해서 보도했다. 이 당국자들은 “(대화의) 목적은 확전의 위험성을 방지하고 소통 채널을 유지하는 것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의 해결을 논의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들은 통화의 정확한 시기나 횟수, 내용이 건설적이었는지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설리번 보좌관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에 속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구소련 시절 국가보안위원회(KGB)에서 일했던 파트루셰프도 푸틴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설리번과 파트루셰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3주 뒤인 지난 3월 16일 통화했다. 당시 백악관은 설리번이 파트루셰프에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생화학 무기를 사용하기로 결정한다면 어떤 대가와 영향이 따를지 경고했다”고 밝혔다. 이후 설리번과 파트루셰프, 우샤코프의 통화 사실이 공개된 적은 없다.
다만 지난 9월 푸틴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이 연달아 전술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하자 설리번은 “어떤 핵무기의 사용도 러시아에 재앙적 대가를 초래할 것이라고 크렘린궁의 최고위층과 직접, 비공개로 소통했다”고 말했다. 이때도 누가 어떻게 소통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나토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이보 달더는 월스트리스저널에 “핵보유국 간에는 서로 이해를 도울 소통 채널을 열어두어 우발적 대치와 전쟁을 피하는 것이 항상 중요하다”며 “국가안보보좌관은 오벌 오피스(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 가장 가까운 전달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