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 시각) 미국 오하이오주의 한 투표장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7일 오후 기준으로 4350만명이 사전 투표를 했고, 이는 2018년 중간선거 때 같은 시점(3910만명)과 비교하면 훨씬 많은 수치"라고 전했다./EPA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를 좌우할 중간선거가 8일(현지 시각) 미국 전역에서 실시됐다. 이번 선거를 통해 미국 국민은 연방 상원의원 총 100명 중 35명, 연방 하원의원 총 435명과 주지사 50명 중 36명을 선출한다. 야당인 공화당이 연방 하원을 장악할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연방 상원과 주요 주지사까지 공화당이 승리하는 ‘레드 웨이브(red wave·공화당을 상징하는 빨간색 물결)’가 실현될지 주목된다. 미국은 주별로 시간대와 투표 마감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 시각 9일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순차적으로 투표가 마감된 후 본격적인 개표가 이뤄질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선거 전날인 7일 저녁 워싱턴DC와 인접한 메릴랜드주의 보위 주립대에서 민주당의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 후보를 위해 마지막 지원 유세를 했다. 공화당 소속인 래리 호건 현 주지사가 ‘3연임 금지’ 규정 때문에 출마하지 못한 메릴랜드주는 민주당이 비교적 손쉽게 주지사직을 탈환할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늘 우리는 변곡점에 있다. 우리는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을 마음 깊이 알고 있고, 여러분이 그것을 지켜내야 하는 순간이란 것도 알고 있다”며 투표를 독려했다. 유세 후 백악관으로 복귀해 기자들을 만난 그는 “우리(민주당)가 상원은 이길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플레이션과 경제에 대한 우려 때문에 그간 민주당을 선호해 온 흑인과 라티노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공화당 지지가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WSJ 조사에서 2018년 중간선거 당시 공화당 하원의원 후보를 지지하거나 2020년 대선 때 트럼프에게 투표한 흑인 유권자는 8%에 불과했는데, 지난 8월과 10월 사이에 공화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밝힌 흑인 유권자는 17%로 늘어났다. 라티노 유권자의 경우 지난 8월에는 민주당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11%포인트 많았지만, 10월에는 그 차이가 5%포인트로 줄어들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美사전투표 4350만명… 지난 선거보다 400만명 많아 - 미국의 중간선거를 하루 앞둔 7일(현지 시각) 미국 오하이오주(州) 콜럼버스 프랭클린 카운티에서 유권자들이 사전투표를 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워싱턴포스트는“7일 오후 기준으로 4350만명이 사전 투표를 했고, 이는 2018년 중간선거 때 같은 시점(3910만명)과 비교하면 훨씬 많은 수치”라고 전했다. /AFP 연합뉴스

대승을 기대하고 있는 공화당에서는 2024년 대선 주자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이날 오하이오주 반달리아에서 열린 유세에 참석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는 15일 화요일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라라고에서 아주 큰 발표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4년 대선 출마 선언을 암시함으로써 공화당 지지를 유도한 것이다. 유세 전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가 가까운 사람들에게 오하이오주 유세에서 출마를 발표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이 압승을 거두면 바이든 행정부는 가시밭길을 걷게 될 전망이다. 로이터 통신은 “공화당이 승리하면 백악관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의회 차원의) 조사를 개시할 수도 있다. 상원에서 바이든이 지명하는 법원 또는 행정부 인사의 인준을 차단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이 되면 코로나 지원금, 우크라이나 원조, 복지 프로그램 등의 예산을 삭감하고 연방수사국(FBI)의 트럼프 자택 압수수색, 바이든의 차남 헌터 바이든, 아프가니스탄 철군, 이민 정책 등에 대한 조사위원회를 발족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면 낙태권을 제한하는 연방 차원의 법을 발의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조사가 ‘바이든 탄핵’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이날 CNN 인터뷰에서 “우리(공화당)는 정치적 목적으로 탄핵을 이용한 적이 없다”면서도 “그렇다고 어떤 상황이 발생했는데도 전혀 이용하지 않을 것이란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밥 굿 공화당 하원의원은 지난 8월 “의도적으로 우리 국경을 열고 미국민들을 덜 안전하게 만든 바이든 대통령은 탄핵돼야 한다고 계속 말해왔다”고 했다.

공화당이 다수당이 된다고 해도 바이든 대통령이 탄핵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발의돼 민주, 공화당 간의 갈등이 더 격화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은 지난해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2020년 11월 대선 결과에 불복하라고 군중을 선동했다며 탄핵 소추안을 발의, 통과시킨 바 있다. 미국은 하원에서 재적 의원 과반수로 탄핵 소추 결의안이 통과된 후, 상원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으면 가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