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하이오주에서 상원의원에 당선된 J.D. 밴스 공화당 의원/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중간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부정선거’ 주장에 동조하는 공화당 후보들이 대거 의회에 입성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 정계에 적잖은 파장이 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9일(현지 시각)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어떤 방식으로든 의문을 제기했던 370명의 후보 중 절반 이상이 당선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특히 공화당이 다수당 지위를 탈환할 것으로 보이는 연방하원에 170명이 진출할 것으로 예상됐다. 공화당이 기대했던 ‘레드 웨이브’는 없었지만 부정선거 주장에 동조하는 이들이 대거 의회에 입성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 사이에 널리 퍼졌던 각종 ‘음모론’들이 다시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오하이오주에서 상원의원에 당선된 J.D. 밴스다.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외곽의 작은 마을 미들타운에서 태어난 그는 고등학교만 졸업한 후 미 해병대에 입대해 이라크에서 복무했고 뒤늦게 오하이오대와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해 벤처 캐피털리스트로 성공했다. 가난 속에 자라 예일대 로스쿨을 나오기까지 과정을 담은 ‘힐빌리의 노래’란 회고록이 2016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이후 넷플릭스에서 이를 영화화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힐빌리’는 애팔래치아산맥의 외딴곳에 사는 백인 노동자 계층을 낮춰 부르는 말로, ‘힐빌리의 노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이끌어 낸 이들의 심리를 잘 묘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받은 밴스는 “트럼프가 대선을 도둑맞았다고 생각한다”라는 말로 선거부정 주장에 동조했다. 다만 8일 밤 일찌감치 당선을 확정 짓고 지지자들 앞에 선 그는 트럼프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밴스는 한때 트럼프를 날카롭게 비판했지만 강경한 옹호자로 변신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경선에서 지지를 받기 위해 트럼프에게 동조하는 척했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에 동조하는 의원들이 대거 입성하면서 공화당 정치에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 많다. 블룸버그통신은 “갑자기 워싱턴에서 가장 힘든 일을 하게 될 사람은 대통령이 아니라 케빈 매카시”라며 “그는 첫날부터 교착된 의회와 다루기 힘든 트럼프 충성파 때문에 애를 먹을 것”이라고 했다. 하원의장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가 트럼프 주장에 동조하는 의원들을 통제하느라 애를 먹을 것이란 뜻이다.

한편 CNN, ABC, 뉴욕타임스 등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압승하지 못하자 분에 못 이겨 주변 사람들에게 고함을 쳤다고 보도했다. 특히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자신이 지지했던 메흐멧 오즈 상원의원 후보와 더그 마스트리아노 주지사 후보가 모두 패배한 데 대해 크게 화를 냈으며, 오즈 후보를 지지하라고 조언했던 부인 멜라니아와 션 해너티 폭스뉴스 진행자 등을 비난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후 폭스뉴스 디지털과의 인터뷰에서 “그 반대”라면서 “오즈는 대단한 사람인데 어쩔 수 없는 힘에 밀린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음 주로 공지한 대선 출마 선언을 예정대로 할 의지를 보이며 “우리는 대승을 거뒀다. 왜 변경해야 하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