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 시각)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캄보디아 페놈펜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간 선거 결과에 대해 말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지난 8일(현지 시각)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 개표 나흘째인 12일 민주당이 마지막까지 초접전이 벌어진 네바다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며 총 100석의 연방 상원 중 50석(민주당 성향 무소속 2석 포함)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6일 예정인 조지아주 상원의원 결선투표 결과와 무관하게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조지아주 결선투표에서 공화당이 승리해 50석 대 50석 구도가 되더라도, 상원의장 역할을 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캐스팅 보트’를 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상원 다수당 지위 유지는 현역인 캐서린 코테즈 매스토 상원의원이 개표 막바지 대역전극을 쓰면서 이뤄졌다. 전날 애리조나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현역인 마크 켈리 의원(51.8%)이 공화당 블레이크 매스터스 후보(46.1%)를 상대로 승리를 확정지으면서 양당은 각각 49석씩을 확보한 상태였다. 재선에 도전한 매스토 의원은 선거 직후 공화당 애덤 랙설트 후보에게 3%포인트 정도 뒤지고 있었지만, 민주당 표가 많은 도시 지역의 우편투표가 개봉되면서 차이를 좁혀 갔다.

미국 중간선거 결과

대도시 라스베이거스를 끼고 있는 클라크 카운티, 리노 주변의 와슈 카운티 등에서 꾸준히 민주당 표가 나오면서 12일 밤 9시쯤 매스토 의원은 랙설트 후보를 따돌리고 역전에 성공했다. 98% 개표 상황에서 매스토 의원(48.8%)과 랙설트 후보(48.1%)의 차이가 약 6500표밖에 되지 않는 박빙 승부였다.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차 캄보디아 방문 중 소식을 들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현지에서 매스토 의원과 다수당 원내대표직을 유지하게 된 척 슈머 의원에게 축하 전화를 걸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2024년 대선까지) 앞으로 2년을 고대한다”라면서 “51석이 되면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조지아주 상원의원 결선투표에서 현역인 래피얼 워녹 후보가 승리하면 민주당이 현재의 상원 의석 50석보다 1석을 더 차지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민주당은 그간 공화당 성향의 웨스트버지니아주를 지역구로 둔 조 맨친 상원의원의 반대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가 원하는 법안 처리에 난항을 겪곤 했다. 상원 1석이 추가되면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맨친 의원의 당내 비토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다.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이날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이 될 확률이 여전히 높기 때문에 다음 의회의 입법 어젠다는 미정”이라며 “상원 선거의 결과로 민주당은 적어도 바이든 대통령이 고른 법관과 행정부 관료 지명자들을 공화당의 협조 없이 인준할 수 있게 됐다”라고 보도했다.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 지위를 차지하고 바이든 행정부의 각종 정책 구상을 마비시키더라도 남은 2년 동안 법원을 민주당 성향 판사들로 채울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법관 자리에 공석이 생길 경우 현재 보수 성향인 연방대법원의 구성을 바꿀 수 있다.

다수당이 확정되지 않은 연방하원 선거 개표에서도 공화당은 예상보다 민주당과의 차이를 벌리지 못하고 있다. 이날 CNN은 총 435석의 하원 의석 중 민주당이 204석, 공화당이 211석의 당선을 확정지었다고 분석했다. 공화당이 7석만 더 얻으면 하원 다수당 지위를 탈환하게 되지만, 양당의 차이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중도파 일부만 이탈해도 공화당은 원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게 된다. 워싱턴포스트는 화가 난 일부 공화당 의원이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와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의 책임론을 제기하며 다음 주로 예정된 지도부 선거 연기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을 평가하는 성격의 중간선거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는 야당이 40년 만의 인플레이션 속에도 압승을 거두지 못한 데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경선에 지나친 영향력을 행사하며 본선 경쟁력 있는 중도 성향 후보들이 탈락한 것이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대선 부정선거’ 같은 주장에 동조하는 후보들이 대거 출마한 것이 문제로 꼽힌다. 공화당이 낙태권 제한처럼 민생과 거리가 있는 사안에 너무 집중했다는 지적도 있다. 보스턴대 정치학과의 데이비드 홉킨스 교수는 이날 블룸버그 기고문에서 “민주당 행정부하 미국의 상황에 불만을 표한 유권자들도 공화당이 (경제 같은) 자신들의 문제에 더 나은 해법을 제시하리라고 믿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공화당이 민주당을 대체할 만한 정책을 내놓지 못해 중도층을 유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