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현지 시각)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었고, 시 주석은 "만나서 반갑다"고 중국어로 화답했다. 두 정상의 만남은 지난해 1월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22개월 만이다. /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주요 20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첫 대면 정상회담을 했다. 이날 오후 5시 36분(현지 시각)에 시작해 3시간 10여 분간 진행된 회담에서 두 정상은 대만, 무역, 인권 같은 양국 현안부터 북한의 도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지역·세계 문제까지 주요 관심사를 두루 논의했다.

두 정상은 환하게 웃는 얼굴로 악수를 나누며 회담을 시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과의 신냉전은 필요 없다”며 “미국과 중국은 경쟁이 충돌로 변하지 않도록 차이점을 관리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시 주석은 “중·미 관계에서의 전략적 문제와 글로벌 및 지역 문제에 대해 이전처럼 솔직하고 깊이 있는 견해를 교환하고 싶다”고 했다. “세계 안정을 위해 자신감을 높이고, 공동 발전을 위해 힘을 더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날 양측은 서로 통제 불능한 상황은 만들지 말자는 데 공감, 우크라이나에서의 핵 사용에 반대하는 데 합의했다. 이는 우크라이나에 전술 핵무기 사용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진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는 압박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두 정상은 이날 대만 문제를 비롯, 민감한 사안에서 설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이 끝난 후,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며 “(중국 등) 모든 국제사회 구성원들이 북한이 책임감 있게 행동하도록 격려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중국 외교부는 대만 문제와 관련, 시 주석이 “중국의 핵심 이익 중의 핵심이며, 중·미 관계의 정치적 토대이자 중·미 관계에서 넘으면 안 되는 첫 번째 레드 라인”이라고 발언했다고 전했다.

두 정상의 회담 후, 공동성명처럼 형식을 갖춘 문서는 나오지 않았다. 첫 대면 정상 회동에도 불구하고 대만 문제, 반도체 등 첨단 기술 수출 통제 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입장 차가 그만큼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애초부터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직접 만나 서로 ‘레드 라인(red line·한계선)’을 분명히 확인해 오판으로 인한 충돌을 막고, 양국 관계의 행동 규범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언급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조만간 베이징을 방문, 이번 회담의 후속 조치를 논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