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미국 뉴욕 구글 스토어 앞 풍경. 구글은 이용자가 스마트폰 등에서 위치 추적 기록(location history) 기능을 비활성화해도 계속 위치 정보를 추적해 빅데이터를 광고주에게 제공했다는 혐의로 피소됐다. /로이터 연합뉴스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이 이용자의 위치 정보를 무단 수집해 사생활을 침해했다는 혐의로 미국 40주(州)에서 소송을 당하자 조사 지원 명목으로 5000억원이 넘는 거액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소송을 이끈 오리건·네브래스카를 비롯한 40주 검찰총장들은 14일(현지 시각) 성명을 내고 “구글이 사생활 침해 조사 해결을 위해 3억9150만달러(약 5160억원)를 지급하고, 향후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프라이버시 침해와 관련,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주가 참여한 집단소송으로 기록됐다.

구글은 지난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스마트폰이나 웹 브라우저에 탑재된 검색엔진을 통해 이용자들이 ‘위치 정보 이력’ 설정에서 위치 정보 수집 기능을 끄면 자신이 방문한 장소의 위치 정보를 수집하지 않는다고 공지했지만, 실제로는 검색엔진이나 지도 앱, 와이파이, 블루투스에서 나온 데이터를 이용해 위치 정보를 몰래 추적해왔다는 의혹을 받았다. 각 주 정부는 소장에서 “구글은 교활하고 기만적이었다”고 했다.

구글의 수익 모델은 검색엔진 부문의 광고 수익으로 세계 각지의 이용자가 어디를 자주 가는지 빅데이터를 수집한 뒤 광고주 등에게 제공해 맞춤형 광고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AP통신이 이 같은 사실을 보도한 뒤 미국 각 주와 호주 등에서 검찰 조사가 시작됐다.

각 주 검찰총장들은 “위치 정보는 구글이 수집하는 가장 민감하고 가치 있는 정보 중 하나로, 소비자가 추적을 받지 않아야 할 많은 이유가 있다”며 “이번 합의는 기술 의존도가 증가하는 시대에 소비자를 위한 역사적 승리”라고 밝혔다.

구글은 앞으로 이용자가 위치 추적 설정을 켜거나 끌 때 더 정확한 정보를 표시하고, 어떤 종류의 위치 데이터를 수집·활용하는지 공개하는 등 위치 정보를 수집하는 관행을 더 투명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당시 한국 정부도 이 건과 관련해 조사에 착수했지만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흐지부지됐다. 지난 2018년 외신을 통해 이 내용이 알려지자, 당시 방송통신위원회는 해당 의혹에 대한 실태 점검에 착수했다. 하지만 구글코리아로부터 제대로 된 답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 국정감사에서도 의원들은 당시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를 소환해 관련 내용을 질의했지만, 리 대표는 “위치 기능을 이용자들이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식의 애매한 답변으로 일관해 제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못했다. 이후 국정감사에 출석한 당시 이효성 방통위원장도 “구글이 자료를 내주지 않아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못했다. 자료 제출을 강제로 요구하지 못하는 입법 미비점이 있어 우리도 답답하다”고 답했다.

지난 9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구글에 개인정보 불법 수집을 이유로 시정명령과 함께 69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이번 건과는 별개의 사안이다. 구글 서비스에 가입할 때, 이용자의 다른 웹사이트·앱 방문 기록을 자동으로 수집해 이용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리지 않았고, 해당 설정 화면을 가려둔 채 기본값을 ‘동의’로 설정한 것에 대한 제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