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지난 14일(현지 시각) 첫 대면 정상회담 이후 미·중이 갈등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직 일부 분야이긴 하지만, 중간선거를 마친 바이든 대통령과 지난달 20차 당 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한 시 주석이 고조된 양국 간 갈등 수위를 낮추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남중국해와 대만 문제를 두고 여전히 입장 차가 해소되지 않은 만큼 긴장이 계속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19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을 만나 “미국과 중국이 경쟁을 책임 있게 관리하기 위해 열린 소통 채널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해 이날 회의에 참석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은 전략적이고 건설적이며, 중·미 관계의 다음 단계에 중요한 지침을 제공한다”고 언급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이 전했다. 그는 이어 “양측이 상호 이해를 증진하고, 오해와 오판을 줄이며 중·미 관계가 건전하고 안정적인 궤도로 돌아가도록 함께 추진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미·중 간 통상 협상도 재개됐다. 18일 미 무역대표부(USTR)는 캐서린 타이 대표와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이 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만나 통상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타이 대표가 중국 고위급 관리와 대면 회담을 한 것은 지난해 취임 이후 처음이다. USTR은 “(타이 대표가) 양국 간 개방적인 소통 창구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도 “타이 대표와 왕 부장이 양측의 공통 관심사인 미·중 간 경제·무역 문제와 다자 및 지역 무역 문제에 대해 솔직하고 전문적이며 건설적인 대회를 나눴다”고 했다.
AP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미·중 회담에서) 무역 갈등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논의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 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부회장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인터뷰에서 “이번 회담은 양측이 소통 채널 재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반면 맬컴 데이비스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 박사는 “미·중 관계에서 남중국해와 대만 분쟁 등 핵심 갈등 사안이 (회담 이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