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 시각) 세계 분쟁 지역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을 방지하고 가해자 조사·처벌을 추진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한다는 내용의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군이 현지 여성들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는 가운데, 미국이 ‘인권 문제’를 전면에 내세워 동맹국들과 함께 러시아를 압박하려는 것이란 분석이다.
백악관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일부) 지역과 (내전을 겪었던) 에티오피아를 포함한 전 세계 지역에서 성범죄가 벌어져도 (가해자들은) 처벌받지 않는 상황”이라며 “미국은 분쟁 지역 성폭력을 (분쟁 당사자 간) 무력 충돌의 불가피한 비용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법적, 정책적, 외교적, 재정적 도구를 포함한 모든 가용 수단을 동원해 미래의 성폭력을 막는 데 전념하겠다”며 “성범죄에 대한 책임을 부과하기 위해 ‘마음이 맞는’ 국가 및 국제 기구들과 함께 연합체를 구성할 것”이라고 했다.
유엔에서 분쟁 지역 성폭력 문제를 담당하는 프라밀라 패튼 특별대표는 지난달 AFP 인터뷰에서 “개전 이후 러시아군이 100건 이상의 성폭력을 자행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성폭력 범죄의 특성상 밝혀진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러시아 군의 성폭력은) 우크라이나인들에 대한 최소한의 인간 존엄성까지 파괴하려는 의도가 담긴 고의적 군사 전술”이라고 했다. 지난 2년간 최대 50만명의 사망자를 낳은 에티오피아 내전 때도 성폭행과 폭행·살해 범죄가 이어져 에티오피아 정부가 일부 군인들을 기소해 재판이 이뤄지고 있다고 유엔은 최근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전날 전화 브리핑에서 “재무부 등 미 행정부가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통해 성폭력 혐의를 받는 개인이나 단체에 대한 제재 부과를 추진할 것”이라며 “유엔과 국제 민간 단체들이 성범죄를 더 적극적으로 조사·기록할 수 있도록 미 정부 자금 지원도 확대할 예정”이라고 했다. 미 국무부는 분쟁 지역에서 반인권 범죄 등을 조사하는 국제 단체들에게 향후 2년간 최대 1000만달러(약 134억원)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백악관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