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현지 시각) 미국 연방 하원이 30년 만의 대규모 파업 위기에 놓인 철도 회사와 노조 양측 모두 바이든 행정부가 중재한 잠정 합의안을 따르도록 강제하는 내용의 법안을 찬성 290표 대 반대 137표로 통과시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전날 상·하원의 여야 지도부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경제가 위험하다”며 의회가 철도 노조의 파업을 막아야 한다고 설득한 데 따른 것이다. 의회가 ‘주(州) 간의 교역은 의회가 규제할 수 있다’는 헌법 조항을 근거로 철도 노조 분쟁에 개입한 것은 1990년대 이래 처음이다. 뉴욕타임스는 “철도 노동자 일부는 바이든 대통령이 ‘배신’을 했다고 말하고 있다”며 “많은 노조 간부가 그를 ‘가장 노동 친화적 대통령’이라고 여겨왔기 때문에 배신감이 더 크다”고 전했다.
미국의 화물 철도 회사들과 노조 12곳은 수개월 전부터 임금 인상과 근무 스케줄 등을 놓고 협상을 해왔다. 지난 9월에도 한 차례 파업 위기가 있었지만 바이든 행정부 중재로 근로자들의 임금을 5년에 걸쳐 총 24% 인상하는 잠정적 합의안이 도출·시행되면서 고비를 넘겼다. 이후 노조 12곳은 이 합의안을 공식 비준하는 투표 절차에 들어갔는데, 그중 4곳이 합의안에 유급 병가가 포함되지 않은 점을 이유로 비준을 거부했다. 노조 1곳이라도 파업에 돌입하면 나머지 노조도 합세한다는 노조 간 합의가 이뤄져 있어 이르면 9일부터 노조 12곳이 모두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앞둔 쇼핑 성수기에 미국 내 물류 운송의 약 3분의 1을 담당하는 철도가 파업해 물류 대란이 일어나면 경제에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소매협회는 “휴가 시즌의 전국적 철도 파업은 미국 내 사업체들, 소비자들과 미국 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줄 것”이라며 의회의 개입을 촉구해 왔다. 36년간의 상원 의원 생활 동안 노조를 핵심 지지 기반으로 삼았던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 개입을 촉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일부 공화당 의원이 ‘노사 간 협상 시한을 늦춰 파업을 미뤄야지 정부가 노사 간 계약을 주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을 보여 이 법안의 상원 처리 여부는 불투명하다. 노조의 유급 병가 요구를 의식한 민주당은 7일 간의 유급 병가를 허용하는 별도 법안도 하원에서 통과시켰는데, 이 또한 상원에서 가로막힐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