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 시각) 미국을 국빈(國賓)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조정할 수 있다는 의향을 처음으로 밝혔다. 북미에서 만들지 않은 전기차를 구매한 사람에게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포함한 IRA 법안이 지난 8월 통과된 후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이 ‘주요 동맹국을 궁지에 모는 처사’라며 반발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노동계 지지층을 의식해 이를 주요 입법 성과로 홍보해왔다. 워싱턴포스트(WP) 등은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프랑스가 (전기차 세금 문제를 두고) 강하게 반발하자, 중간선거가 끝난 직후 바이든 대통령이 한발 물러선 것”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이후 진행된 공동 기자회견에서 “(IRA 법안에는) 역사상 최대 기후변화 대응 투자 조항이 담겼다”며 “(그런 대형 법안에는) 조정과 변화가 필요한 (일부) 결함(glitches)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미 전기차 시장에) 유럽 국가들의 참여를 더 쉽게 만들 수 있는 미세한 조정 방안들(tweaks)이 있다”며 “우리(미국과 유럽)가 함께 성공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또 “결코 미국과 협력하는 사람들을 제외하려고 의도하지 않았다”고 했다.
친환경 에너지 및 기후변화 대응 등에 총 3690억달러(약 480조원)를 투입하기로 한 IRA 법안 중 프랑스 등 유럽 국가와 한·일 등이 문제를 제기한 부분은 ‘북미에서 최종 조립한 전기차 등에만 7500달러의 세액 공제를 제공한다’는 조항이다. 전날 미국에 도착한 마크롱 대통령은 의회 및 기업 지도자 업무 만찬에서 이와 관련, “유럽에 향후 분열을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유럽 동맹국들의 협조는 필수”라며 “프랑스의 반발을 미국이 모른 척하긴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 정가에선 바이든 행정부가 다소 완화된 수준의 IRA 시행령을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워싱턴 소식통은 “법 개정보다 시행 지침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유럽 기업들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별도 조항을 마련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이 혜택을 함께 볼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앞서 지난 4월 우리 정부는 미 재무부에 전기차 세액 공제 요건의 3년간 유예를 요청했다. 조건 없이 인센티브를 주는 ‘상업용 친환경차’ 범위를 렌터카와 단기 리스 차량까지 확대해 달라는 의견도 냈다.
이날 바이든과 마크롱 대통령은 공동성명을 내고 “북한의 잇따른 불법 탄도미사일 발사를 강력 규탄한다”고 밝혔다.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수차례 긴급 소집됐지만, 중국과 러시아 반대로 추가 대북 제재는 물론 규탄 성명 채택에도 합의하지 못한 데 대해 이들은 “북한은 역내 평화와 안정에 위협을 제기하고 있다. 안보리에서 공조를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대만 위협에 대해 두 정상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며 “다만, 기후변화와 같은 국제 이슈에 관련해선 중국과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