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 시각) 오후 미국 워싱턴DC 한복판에 위치한 ‘국립 아프리카계 미국인 역사 문화 박물관’ 주변이 경호 인력과 차량으로 둘러싸였다. 이날부터 15일까지 진행되는 ‘미국·아프리카 정상회의’의 개막행사 격으로 열린 ‘아프리카와 디아스포라 영 리더스 포럼’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월리 아데예모 재무부 부장관 등의 고관이 총출동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정상회의에 아프리카연합(AU)과 아프리카 49국 대표단을 초청했다. 그중 45국은 정상급 인사가 참석했다.
장내를 가득 채운 아프리카와 미국의 젊은이들 앞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아프리카는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사람이 살았던 대륙이며 세계에서 가장 주민들이 젊은 곳”이라며 “그래서 아프리카는 미래 산업 속에 자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출산율이 높고 청소년 인구가 많은 아프리카가 세계에서 ‘가장 젊은 대륙’이기 때문에 미래는 아프리카에 있다고 말한 것이다. 실제 아프리카의 현재 중위연령(median age·인구를 연령순으로 세웠을 때 정중앙에 있는 사람의 나이)은 18.8세로 세계 중위연령 30세보다 훨씬 낮다.
이런 찬사와 함께 백악관은 아프리카 젊은이들의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에 앞으로 2년간 6억8900만달러(약 8945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이미 사용한 3억8500만달러와 합하면 거의 11억달러(약 1조4261억원)를 투입하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앞으로 3년 동안 아프리카를 위한 다양한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금액은 총 550억달러(약 71조3075억원)에 달한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아프리카연합, 세네갈, 콩고공화국, 에티오피아, 민주콩고(DRC) 등의 정상들과 연쇄 양자회담을 하면서 하루를 보냈다. 지부티, 니제르, 소말리아, 앙골라와의 회담에는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함께 참석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14일 오후 ‘미국·아프리카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한 뒤 일부 정상과 소규모 다자회의를 하고 저녁에는 모든 대표단을 초청해 만찬을 열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처럼 아프리카에 공을 들이는 것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바이든이 아프리카 지도자들에게 구애를 하며 입 밖에 내지 않은 초점은 중국”이라며 “미국이 중국보다 더 좋은 아프리카의 파트너란 무언의 메시지가 깔려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년간 중국은 3년에 한 번꼴로 아프리카 정상들을 베이징에 초청하거나 최고 지도자가 아프리카를 방문하며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미국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기인 지난 2014년 최초로 미국·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개최했지만, 이후 8년간 공백기가 있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의에 이어 내년에 여러 아프리카 국가를 방문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