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침략에 맞서고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각) 미국을 방문했다. 방미 과정은 극비리에 추진됐고, 그의 동선도 베일에 가려진 채 최대 보안 속에서 진행됐다고 AP통신 등은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1일 통화 때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문 가능성을 처음으로 논의했다고 한다. 이후 3일 전인 18일에야 그의 방미 여부가 최종 확정됐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이후 양측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신변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고 판단된 이후에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문 실무를 진행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부 모두 젤렌스키 대통령의 동선에 대해선 함구했지만, 그가 우크라이나 서부 국경에 인접한 폴란드 프세미실 기차역에서 이동하는 모습이 현지 언론인 TVN24 카메라에 포착됐다. 그는 기차에서 내려 경호를 받으면서 얼마간 걸은 뒤 흰색과 검은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10여대 중 하나에 탑승했다. 이 자리에서는 브리지트 브링크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도 목격됐다. TVN24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인근 르제스조우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워싱턴으로 이동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후 미국 대사와 함께 차 편으로 공항으로 이동해 워싱턴행 항공기를 탔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탄 비행기는 미국 공군 수송기 C-40B로 추정된다. 비행기 코드명이 ‘SAM910′인 이 항공기의 이동은 비행경로추적 사이트 등에 한때 노출됐다가 사라졌다고 CNN은 전했다. 이 수송기가 북해에 도착하기 전에는 공중조기경보기(AWACS)가 해당 해역을 순찰했다. 북해를 지날 때에는 미 공군 F-15E 전투기가 엄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CNN은 미 관리를 인용해 “미국 군용기가 젤렌스키 대통령을 워싱턴DC로 데려오는 데 관여돼 있다. 미국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우크라이나 밖으로 데려오고 다시 귀국하는 것과 관련한 보안상 조치에 개입돼 있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30분(미 동부 현지 시각)에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한 뒤 오후 4시 30분에 공동 기자회견을 한다. 또 오후 7시 30분엔 미국 의회에서 연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후 곧바로 우크라이나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지만, 구체적인 귀국 일정에 대해선 미국과 우크라이나 모두 밝히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