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21일(현지 시각) 미 연방의회 하원 본회의장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카멀라 해리스(윗쪽 왼쪽) 미 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있다. /UPI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각) 미 연방의회 하원 본회의장에서 연설을 갖고 러시아를 겨냥해 “테러범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에 책임을 지게 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방미한 그는 수백명의 상·하원 의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약 26분간 연설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여러분(의원들)들은 미국의 리더십이 확고하고 초당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힘이 있다”라며 “여러분들은 러시아의 침략이 얼마나 파멸적인지 느끼게 하기 위해 제재를 강화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이 이유 없는 범죄 전쟁(crime war)을 일으킨 모든 (러시아) 사람들을 재판에 회부하는 것을 돕는 것은 정말로 당신의 힘에 달려 있다”고 했다. 공화당 일각에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의식한 듯 한 발언이었다. 이어 그는 “그렇게 하자. 테러범이 침략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고, 이 전쟁으로 인한 모든 손실을 보상하도록 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 의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미 의원들에게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정의로운 평화론’을 지지하지만 이것의 이행을 도울 수 있는 것은 의회”라고 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정의로운 평화론’을 내세워 점령지 완전 반환 등 영토의 완전성 회복, 러시아의 전쟁 배상금 지급, 러시아에 대한 전쟁범죄 책임 추궁과 사법 처리 등을 러시아와의 평화 협상 전제 조건으로 제시해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이 300일 이상 지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자국을 방어하고 있지만 전장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무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과의 백악관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패트리엇이 우크라이나에 장착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는 바이든 대통령의 질문에 “더 많은 패트리엇 달라는 또 다른 신호를 보내게 될 것”이라고 답했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인들은 전쟁의 잔혹함에도 불구하고 올해 크리스마스를 축하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 전기가 없어도 우리 자신에 대한 믿음의 빛은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어 “1944년 히틀러의 나치 독일에 맞서 싸운 용감한 미군들처럼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올 크리스마스에 푸틴의 군대에 똑같이 대응하고 있다”고 하자 의원들은 일어나 박수 갈채를 보냈다.

그는 “만약 그들(러시아군)이 이란제 드론으로 우리를 공격하고, 우리 국민들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폭탄 대피소에 가야 한다고 해도 우크라이나인들은 여전히 휴일간 테이블에 앉아 서로에게 힘을 줄 것”이라며 “수백만 명의 우크라이나인들은 같은 것을 바란다. 승리. 유일한 승리!”라고 했다.

미 연방의회 연설에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사무실에서 펠로시 의장을 비롯해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미치 매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등 연방의회 주요 인사들과 만나 미 의회의 지원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