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침략에 맞서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21일(현지 시각) 미국 방문은 미 주요 안보 담당 부처들이 총동원돼 철저한 보안 속에서 진행됐다. ABC뉴스는 바이든 미 행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경호는 사실상 ‘미니 국빈(國賓) 방문’ 수준으로 다뤄졌다”고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출발 전날인 20일 최대 격전지인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를 찾은 뒤 다음 날 우크라이나에서 폴란드로 열차를 타고 이동했다. 현지 언론인 TVN24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서부 국경에 인접한 폴란드 프세미실 기차역에서 자동차를 통해 이동하는 장면을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그는 기차역 주변에 주차된 10여 대의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 중 하나에 탑승했다. 경호 차량이 그를 호위했다.
이후 그는 폴란드 르제스조우 공항에서 미국 공군 수송기 C-40B를 타고 워싱턴 DC로 향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미군 수송기는 독일 람슈타인 미 공군기지에서 출발해 르제스조우 공항에 도착, 젤렌스키를 태운 후 현지 시각 오전 8시 15분에 출발했다. 비행기 코드명이 ‘SAM(특별공중임무)910′인 이 수송기의 이동이 비행경로추적 사이트 등에 한때 노출됐다가 사라지기도 했다.
젤렌스키를 태운 수송기는 러시아 잠수함이 활동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는 북해에 도착할 무렵 독일 가일렌키르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공군기지에서 공중조기경보기(AWACS)가 발진했다. 이와 함께 영국 서포크 밀든홀의 공군기지에서 미 공군 F-15E 전투기가 이륙, 수송기를 엄호했다고 주요 언론이 전했다.
익명의 미국 당국자는 ABC뉴스 인터뷰에서 “미 정부 고위 관리들은 젤렌스키의 미국 방문 기간에 (러시아의 공격 또는 테러 등의) 무슨 일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매우 우려했다”며 “그가 (미국으로 오는 과정뿐만 아니라) 미 본토에 착륙해 비행기 계단을 내려가는 순간부터 비밀 경호국의 보안 경호를 받았다”고 했다.
이날 정오쯤 도착한 젤렌스키는 오후 2시 30분에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오후 7시 30분쯤부터 미국 의회에서 연설을 하고 곧장 우크라이나로 복귀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