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간 해양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남중국해에서 중국 전투기가 비행 중인 미국 정찰기에 초근접해 위협 비행을 했다고 미군이 29일(현지 시각) 밝혔다. 타국에 대한 중국 군용기의 위협 비행은 올해 들어 공개된 것만 4번째로, 미군이 중국의 위협 비행 사실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21일 미 공군 RC-135 ‘리벳조인트’ 정찰기를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 J-11 전투기가 20피트(약 6m) 이내에서 위협 비행을 했다고 밝혔다. 미군은 보도자료와 함께 당시 RC-135가 촬영한 영상도 함께 공개했다. 영상엔 J-11 전투기가 점점 다가오자 RC-135가 아래로 접근을 피하는 모습이 담겼다.
사령부는 “중국 전투기가 합법적이고 일상적인 작전을 수행 중이던 RC-135에 대해 안전하지 않은 비행을 한 것”이라며 “미 인도·태평양 합동군은 선박과 항공기의 안전을 고려해 국제법에 따라 앞으로도 공해 및 공해 상공에서 항해 및 비행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 관리를 인용해 “미·중간 긴장에도 불구하고, 미군은 잠재적인 충돌이나 사고에 대처하기 위해 오랫동안 중국과의 통신선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왔다”며 “(이번에도) 미 정부는 중국 정부에 이 문제에 대해 항의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지난 6월에도 남중국해에서 미군의 비행을 방해했었다. 당시 중국 전투기 Su-30이 미군 수송기 C-130을 위협 비행했을 당시는 미군의 공식 발표가 아닌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었다. 중국의 위협이 계속되자 이번엔 미 당국이 영상까지 공개하면서 경고에 나선 것으로 해석됐다. 로이터통신은 “(이 뿐만 아니라) 호주군 초계기도 5월 중국 전투기의 근접 비행을 목격했고, 북한의 유엔 제재 위반 여부를 감시하던 캐나다 공군 CP-140 오로라 초계기도 6월 중국 전투기의 20여 차례 근접비행 위협을 받았었다”고 했다.
한편 마크 에스퍼 전 미 국방장관은 이날 블룸버그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나는 동북아를 21세기 지정학적 화약고로 묘사한다. 이 지역(동북아)에서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지난 며칠 동안 중국은 다시금 대만을 위협하며 72대의 항공기를 대만해협으로 보냈다”고 했다. 이어 “일본은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1%에서 5년 뒤 2% 수준으로 확대하고 대만은 젊은이들을 상대로 한 4개월 징병 정책을 1년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며 “심지어 북한과 남한에 관해서는 이야기하지도 않은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