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 지지자 수천 명이 8일(현지 시각) ‘대선 불복’을 외치며 대통령 집무실과 의회·대법원을 습격한 것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의 2021년 ‘1·6 연방의회 난입 사태’와 판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보우소나루의 ‘대선 불복’ 주장에 브라질 소셜미디어에서 급속도로 퍼진 과장·허위 정보 등이 접목돼 증폭되는 양상도 비슷하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작년 10월 대선 결선 투표에서 패한 뒤 3주 만에 “일부 전자투표기가 노후화돼 오류 가능성이 있다”며 법원에 개표 검증을 요청했다. 다음 달인 11월 대법원은 그의 요청을 기각했지만, 그의 지지자들은 군부에 쿠데타를 요구하는 등 불복 시위를 이어왔다. 일부는 총기와 사제 폭탄 등으로 무장한 채 폭력 시위를 벌이다 구속되기도 했다. CNN 등은 “보우소나루는 수년간 선동적인 발언을 해왔다”며 “특히 보우소나루가 끝내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은 채 작년 말 미국 플로리다로 출국한 것 등이 지지자들의 과격 행동을 더욱 부추겼다”고 했다.
소셜미디어 등에서 선거 관련 허위 정보가 제대로 걸러지지 않은 채 극단 지지자들 사이에 급속도로 퍼진 것도 이번 사태에 영향을 미쳤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AP통신은 “보우소나루의 경쟁자였던 룰라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경우 ‘공립학교에서 남자 학생들이 여성들과 함께 화장실을 쓰도록 할 것’이라는 등의 근거 없는 내용들이 브라질 대선판을 휘저었다”고 했다. 브라질 싱크탱크인 이가라페 연구소 창립자 로버트 무가는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은 수년 동안 잘못된 정보들을 꾸준히 접해왔고, 이 중 대부분은 미국 극우 오피니언 리더들이 말해온 (대선 사기 의혹 등) 묘사와 서술을 모델로 삼았다”고 했다.
이번 사태가 ‘극단주의’를 앞세운 다른 국가들 정치 세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달 독일에서 의회 건물 습격 등 연방 정부 전복을 계획했다가 수사 당국에 붙잡힌 반정부 단체 회원들도 트럼프를 영웅시해 온 ‘큐어논(QAnon)’에 영향을 받았다. 큐어논은 ‘딥 스테이트’라는 비밀 조직이 미국 및 세계 정치·경제를 장악하고 국가 전복을 노리고 있다는 음모론을 추종하는 세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