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비공개로 북한에 핵 공격을 가하고, 이를 다른 나라의 소행으로 돌리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 NBC방송은 12일(현지 시각) 지난 2020년 출간된 ‘도널드 트럼프 대 미국’의 저자 마이클 슈미트 뉴욕타임스(NYT) 기자가 펴낸 후기를 입수해 보도했다. 이 책에는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이었던 존 켈리 전 비서실장 재임 시기(2017년 7월~2019년 1월)를 광범위하게 분석, 그와 함께 일했던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 등을 인터뷰한 내용이 담겨 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2017년 1월 25일(현지 시각) 국토안보부를 방문해 직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쪽은 불법이민자 추방 작업의 총대를 멘 당시 존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 켈리 장관은 이후 트럼프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AP 연합뉴스

슈미트 기자의 책에 따르면 당시 트럼프는 켈리 비서실장이 임명된지 8일 만에 북한을 향해 “이 세상에서 이전에 본 적이 없는 화염과 분노, 솔직히 말하면 (거대한) 힘에 (북한이)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 트럼프는 2017년 9월 유엔 총회 첫 연설에서 김정은이 군사적 위협을 계속할 경우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것”이라고 했다.

슈미트는 “(김정은을 공격하는 트럼프의) 트윗보다 켈리 비서실장을 더 무섭게 한 것은 오벌 오피스(대통령 집무실)에서 비공개로 트럼프 대통령이 마치 전쟁을 하고 싶은 것처럼 계속 말을 했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트럼프는) 거만하게 북한에 핵무기를 사용하는 아이디어를 논의했고, 만약 그가 그러한 조치를 취하면 행정부가 책임을 면하기 위해 다른 국가의 탓으로 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고도 했다.

이에 켈리 비서실장은 트럼프에게 왜 그것이 효과가 없는지 설명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켈리 비서실장은 “(핵 공격을 할 경우) 우리가 안했다고 손가락질 안 받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켈리는 트럼프에게 미·북 간 전쟁이 어떻게 쉽게 발발할 수 있는지, 그러한 충돌의 엄청난 결과를 알려주기 위해 군 수뇌부를 백악관으로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슈미트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을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했다.

트럼프가 켈리에게 북한에 대한 선제적 군사 공격 가능성을 제기하자, 켈리는 선제공격을 하려면 의회의 승인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을 ‘좌절시켰고, 짜증나게 했다’고 슈미트는 전했다. 켈리는 2018년 봄 미·북 간 긴장이 고조되자 북한과 외교 관계를 수립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세일즈맨”임을 증명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고 한다. 이는 결국 2018년 6월 첫 미·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켈리의 재임 기간 중 트럼프와의 불화설이 꾸준히 제기됐었다. NBC방송은 켈리가 자신을 재앙으로부터 미국을 구하고 있는 ‘구원자’로 묘사하면서 백악관 참모들에게 수차례에 걸쳐 트럼프를 ‘멍청이’라고 불렀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