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3일(현지 시각) 백악관 집무실(오벌 오피스)에서 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일본의 반격능력(유사시 적 기지 선제공격 능력) 개발과 효율적 활용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일 공동성명을 통해 “근본적으로 방위력과 외교적 노력을 강화하려는 일본의 대담한 리더십을 칭찬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 워싱턴DC를 방문한 기시다 총리를 맞아 “후미오”라고 이름으로 부르며 “진정한 리더이자 진정한 친구”라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도 바이든 대통령을 “친애하는 친구 조”라고 부르면서 “(양자 관계에) 협력해 준 것에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답했다. 양측은 이날 오전 11시 29분부터 낮 12시 14분까지 45분 간 소인수 회담을 한 뒤, 낮 12시 31분부터 오후 1시 25분까지 54분 간 실무 오찬을 겸한 확대 회담을 했다. 그러나 통상 정상회담에서 볼 수 있는 공동 기자회견은 열리지 않았다.
바이든 “日방위비 증액 역사적, 미·일 군사동맹 현대화”
기시다 “일본의 반격능력 보유, 동맹의 힘 강화할 것”
회담 모두발언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의 역사적인 방위비 증액과 새 국가안보전략에 기반해 우리는 우리의 군사 동맹을 현대화하고 있다”며 “분명히 말하겠다. 미국은 (미·일)동맹, 더 중요하게는 일본의 방위에 온전하고 철저하며 완벽하게 전념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정당한 이유 없이 일으킨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푸틴(러시아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가 처음 나눴던 대화부터 강력한 리더십에 감사한다”고 했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과 미국은 전례가 없을 만큼 엄혹하고 복잡한 안보 환경에 처해있다”며 “역내 평화와 번영을 보장하고 일본의 평화와 안보를 지켜내기 위해 지난해 일본은 새 국가안보전략을 수립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과정에서 일본은 반격능력 보유를 포함해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기로 결정했다”며 “이것이 동맹의 억지력과 대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이날 발표된 미·일 정상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은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에 부합하지 않는 중국의 행동으로부터 북한의 도발에 이르기까지 점증하는 위협에 직면해 있다”며 “세계 어느 곳에서든 무력이나 강압을 통해 현상(status quo)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려는 시도를 강력히 반대한다”고 했다.
또 “이러한 (안보)지형은 미국과 일본이 각자의 그리고 집단적인 역량을 계속해서 강화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새로운 (일본의) 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력정비계획에 서술된 것처럼 근본적으로 방위력과 외교적 노력을 강화하려는 일본의 대담한 리더십을 칭찬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투자는 인도·태평양과 그 너머의 안보를 개선하며 미·일 관계를 21세기에 맞게 현대화한다”는 것이다.
일본 반격능력 개발·활용 협력 강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도 재확인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사이버와 우주 영역을 포함해 새롭게 부상하는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 집단적 병력 태세와 억지력을 일치시켜 왔다”며 “양 정상은 일본의 반격능력 그리고 다른 역량의 개발과 효율적 활용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도록 장관들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안보에 필수적인 핵심 신흥 기술에 대한 협력도 심화시켜 왔다”고 했다. 북핵에 대해서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부합하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재확인한다”고 했다.
대만 문제에 대해 두 정상은 “대만에 대한 우리의 기본 입장은 변하지 않았지만,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의 중요성이 국제사회의 안보와 번영에 불가결한 요소란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어떠한 핵무기라도 사용한다면 반인도 범죄 행위가 될 것이며 어떤 방식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다”고 했다.
반도체·우주·에너지 분야서도 밀착
“가장 가까운 동맹이자 친구”로 표현
경제 문제에 대해서 양 정상은 공동성명을 통해 “반도체, 우주, 청정 에너지와 에너지 안보를 포함한 필수 신흥 기술의 보호와 촉진을 비롯해 경제 안보에서 양국이 공유한 우위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유사한 생각을 지닌 파트너들과 함께 경제적 강압, 비시장적인 정책과 관행, 자연 재해 등의 위협에 맞서 우리 사회와 공급망의 회복력을 키울 것”이라며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가 이런 목표 성취의 중심에 있다”고 밝혔다.
양국은 “세계의 에너지·식량 안보를 약화시키는 러시아를 포함해, 경제력을 동원해 타국을 이용하려는 모든 국가를 규탄할 것”이라며 “중국이 코로나19의 유행에 관련해 적절하고 투명한 역학적 정보, 바이러스 유전자 배열 정보를 보고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미·일은 “우리는 말 뿐만이 아니라 행동으로서 평화와 번영을 성취하려고 새롭게 약속한 가장 가까운 동맹이자 친구로 2023년을 함께 시작한다. 시대가 이를 요구하고 있다”는 문장으로 정상 공동성명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