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의 한국 국민들이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고 응답한 (한국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미 3대 싱크탱크 중 하나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존 햄리 소장은 19일(현지 시각) 미국의 핵우산 공약 등과 관련한 화상 간담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CSIS는 전날 북핵 위협에 대응해 한·미가 미국의 전술핵(核)을 한반도에 재배치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CSIS는 이날은 별도 화상 간담회를 통해 이 보고서 작성 배경 등을 논의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19일(현지 시각) 미국의 확장 억제 공약 등에 관한 화상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빅터 차 CSIS 한국석좌, 조셉 나이 하버드대 교수, 존 햄리 CSIS 소장,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 캐트린 캐츠 전 백악관 NSC(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보좌관. /CSIS

그는 “최근 한국에 다녀왔을 때 거의 모든 회의에서 세 가지 질문이 나왔었다”며 “첫 번째 질문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 같지 않다. 어떻게 하나?’였고, 두 번째는 ‘미국의 핵우산 공약을 여전히 믿을 수 있는가’ 였다. 가장 흥미로운 세 번째 질문은 ‘한국이 핵무기를 획득해야 하는가’라는 것이었다”고 했다.

국방부 부장관을 역임한 햄리 소장은 “나는 한국인들이 우리(미국)에게 신뢰를 가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우리(미국)에게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핵 우산은 (북 위협에 대응해) 한국과 함께 싸우겠다는 우리의 전통적 공약이 (북핵 위협 대응에서) 필요하다면 핵무기(사용)까지 포함된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는 한국 국민들에게 그 약속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납득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북핵 위협을 기존 미국의 핵우산 공약으로 완전히 억제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한국에서 잇따라 제기되는 데 대한 공감대가 워싱턴 정가에서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국무부 차관보를 지낸 조셉 나이 하버드 교수는 “북한이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국인(주한미군 및 가족들)을 죽이지 않고 남한을 공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무기를 챙겨서 집(미국)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란 생각은 단순한 것이 아니다. 우리(한·미)는 ‘운명의 공동체’다”고 했다. 북한이 한국을 공격할 경우 주한 미군 2만8500명과 한국에 사는 수많은 미국 민간인도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미국이 할 수 있는 것은 이런 미국의 확장 억제 공약을 (한국인들이) 더 신뢰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지난해 3월25일 공개한 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영상. 김정은이 가죽점퍼에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돌아보고 있다. /평양 노동신문, 뉴스1

이번 보고서는 전술핵 재배치 논의 뿐만 아니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국방장관들이 참여하는 핵 운용 조율 기구인 핵기획그룹(NPG)과 유사한 ‘핵 공동 기획협의체’ 신설, 영국·프랑스 등을 포함한 ‘다자 핵우산’ 확장 등도 고려해볼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빅터 차 CSIS 한국 석좌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한반도에 여러 가지 영향을 끼쳤다. 무엇보다도 (북한 위협 등에 대한) 완충제로서 미국이라는 강력한 군사 동맹국, 안보 후원자를 두는 것의 중요성을 상기시켰다”라며 “그러나 동시에 핵무장 국가(북한)를 마주한 핵 무기가 없는 강대국(한국)으로서 한국의 (군사적) 취약성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켰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새 대통령(윤석열 대통령)의 대북 정책은 바이든 행정부 입장과 더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보고서 제언 등을 통해) 한·미 동맹이 안보 조건을 향상 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한국은 그들의 안보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체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대안을 가지고 있다”며 “(또한) 그들은 (고도화되는 북핵 위협 속에서) 정당한 안보 요구와 우려를 가지고 있는 것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전술핵을 한반도에 배치하거나, 한국이 자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다”면서도 “(북한 문제가) 계속해서 잘못된 방향으로 간다면, 우리는 그것(전술핵 배치)을 대안으로 볼 것이라는 신호를 보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캐트린 캐츠 전 백악관 NSC(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보좌관은 “(북핵 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미 연합 훈련을 재개하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이전 행정부(문재인 행정부) 하에서 (한·미간) 훈련은 축소됐고 심지어 취소되기도 했다”며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선) 한미 훈련의 범위·성격을 확장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