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 연휴 중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약 40시간 차이로 대형 총기 난사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총 18명이 숨졌다. 두 사건의 용의자와 피해자는 공교롭게도 모두 음력설을 쇠는 아시아계 주민이었다. 한인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CNN 방송은 23일(현지 시각) 민간단체의 분석을 인용, 올해 들어서 미국 전역에서 총 38차례의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설 연휴 첫날인 지난 21일 밤 10시 20분 LA 동부의 소도시 몬터레이 파크의 ‘스타 댄스 스튜디오(중국명 舞星)’에서 중국 출신 이민자로 알려진 남성 휴 캔 트랜(72)이 대용량 탄창을 장착한 반자동 권총으로 무차별 총격을 벌여, 23일 현재까지 총 11명이 사망하고 10여 명이 다쳤다고 경찰이 밝혔다. 사망자는 50~70대 남녀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이 댄스홀에선 중장년층 중국계 주민들이 설을 축하하는 군무를 연습 중이었다. 총격 사건이 잦은 미국에서도 트랜 같은 고령자가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노인이 노인들을 살해한 이 사건에 미국 사회는 큰 충격을 받고 있다.
몬터레이 파크에서 참극을 벌인 트랜은 20분 뒤 3㎞ 떨어진 인근 도시 알햄브라의 또 다른 춤 교습소 ‘라이라이(來來) 볼룸 스튜디오’에서 2차 범행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 교습소의 20대 직원이 몸싸움을 벌이며 트랜을 저지해 추가 피해를 막았다. 승합차를 몰고 달아난 트랜은 40분 거리의 도시 토런스의 한 쇼핑몰 인근 주차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경찰이 그의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인 가운데, 트랜이 수십 년간 단골이었던 이 댄스홀이 이번 행사를 열면서 전처 등 지인을 초대했지만 자신을 배제한 데 불만을 품었다는 말이 나온다고 LA타임스가 전했다.
몬터레이 파크는 중국계 등 아시아계가 많이 사는 남부 캘리포니아주에서도 가장 큰 음력설 축제가 매년 열리는 곳이다. 중국과 대만, 일본, 베트남 등에서 온 이민자 집단이 다수 정착해 미 본토에서 처음으로 아시아계가 과반을 차지한 도시이기도 하다. 이번 총격이 인종주의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경찰은 서부는 물론 동부 뉴욕 등 각지에서 열리는 아시아계의 설 축제 행사에 경찰관을 증강 배치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2일 성명을 내 희생자를 애도하고, 백악관 등 전국 모든 공공 기관에 조기(弔旗) 게양을 지시했다.
23일 오후 2시 30분에는 샌프란시스코 남부의 도시 해프문베이 외곽의 농장 지역에서 역시 중국계 남성인 자오춘리(67)가 버섯 농장과 트럭 운송 업체에 총기를 난사, 총 7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피해자들은 모두 중국인 일꾼들로 알려졌다. 자오춘리는 2시간 뒤 경찰 지구대로 차를 몰고 가 주차장에서 체포됐다. 경찰은 그가 두 작업장 중 한 곳의 어린이 돌봄 시설에서 일했다고 전했다. 총격 당시 부모의 죽음을 목격한 어린이들도 있었다고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