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빅테크 대표 기업인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의 로고가 뉴욕 맨해튼의 한 구글스토어에 비치고 있다. 미 연방 법무부는 24일(현지시각) 뉴욕 캘리포니아 등 8개주와 함께 구글의 디지털 광고 시장 독점에 대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법무부가 세계 디지털 광고 시장을 지배하는 구글에 대해 반(反)독점법 위반 소송을 제기하고, 구글의 최대 수익원인 광고 부문 사업 퇴출을 요구했다. 이번 소송에서 미 법무부가 승리할 경우, 구글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전략을 수정하거나 기업을 분할해야 하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메릭 갈런드 미 법무장관은 24일(현지 시각) 워싱턴DC 청사에서 회견을 열고 “구글이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독점력을 남용해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등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냈다. 이번 소송엔 캘리포니아·뉴욕·버지니아 등 8주(州) 법무부가 동참했다. 구글의 광고 독점 관련 제소는 미 연방정부가 트럼프 정부 시절인 2020년 10월 텍사스 등 16주와 함께 제기한 소송 이래 2년 3개월 만에 두 번째다.

메릭 갈랜드 미 연방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이 24일(현지시각) 워싱턴 DC의 법무부 청사에서 회견을 열고 구글의 디지털 광고 시장 독점에 대한 반독점법 위반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히고 있다. 법무부는 법원에 구글의 광고 관련 부서를 아예 해체해 시장에서 퇴출하는 명령을 내릴 것을 요청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 법무부는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 연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구글의 반경쟁적 행위는 개방된 인터넷에서 디지털 광고 시장 진입 장벽을 인위적으로 높이 올려놓고, 반강제적 합병을 통해 주요 경쟁자들을 광고 시장에서 퇴출시켰다. 광고주와 광고 게시자에게 자사 디지털 광고 기술만을 사용할 것을 강요해 중소기업의 성장과 혁신을 가로막았다”고 했다. 요약하면, 구글이 ‘광고 갑질’을 하고 있기에 이를 단죄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번 소송에서 미 법무부는 구글의 온라인 광고 판매소 ‘애드 익스체인지(AdX)’ 를 지목, 구글의 광고 관리 플랫폼을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아예 퇴출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구글은 연 2786억달러(약 343조4580억원) 규모의 미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26.4%를 차지하는 단일 최대 광고 중개소이며, 광고 수익이 구글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데 이를 불법화해야 한다고 밝힌 것이다. 구글은 그동안 구글과 유튜브 검색창에서 광고가 상단에 뜰수록 높은 단가를 매기는 식으로 판매 수익을 내고, 다른 검색 엔진이나 기업·기관 사이트에는 사용자 개인 정보 등을 이용한 구글의 맞춤형 광고 등을 배급·노출시키는 대리 중개상 역할로 막대한 이익을 발생시켰다. 하지만 구글은 광고 중개뿐만 아니라, 광고 제작·유통 단계에서 구글의 전략·기술만 비싼 값에 이용토록 하는 식으로 시장의 룰까지 정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대해 미 법무부는 “골드만삭스나 시티은행 같은 월가 대형은행이 뉴욕증권거래소를 소유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표현하며 이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광고주들이 내야 하는 단가와 비용은 계속 오르고, 광고를 게재하는 사이트들은 구글에 판만 깔아주고 수익은 내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는 것이다. 미 육군은 2019년부터 구글 온라인 광고에 총 1억달러(약 1240억원)를 지불했는데, 이는 구글의 독점 탓에 발생한 부당한 피해 비용이란 게 법무부 판단이다. 또, 뉴욕타임스 등은 자사 사이트의 광고 게재 단가가 구글로부터 너무 낮게 책정됐다며 구글과 갈등을 빚어왔다.


이에 대해 구글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한 광고 기술 부문에서 정부가 승자와 패자를 직접 골라내려 하고 있다. 이는 (IT 업계의) 혁신을 저해하고, (오히려) 광고료를 인상시킨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하지만, 갈런드 장관이 “우리는 승자나 패자가 아니라 독점방지법을 위반한 자들을 골라내는 것”이라고 반박하며 구글에 강경한 입장을 밝히자 미 시가총액 3위 기업인 구글은 이날 주가가 2% 급락했다. 앞서 구글은 경기 침체로 온라인 광고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며 직원의 6%에 해당하는 1만2000명을 해고하기로 했다.

이번 소송은 바이든 미 행정부가 3년 차에 접어들면서 시작한 초대형 소송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차기 대선을 의식해 ‘업적 만들기’의 일환으로 진행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1일 이번 소송에 앞서 “빅테크들이 개인 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해 악용하고 무분별한 콘텐츠로 어린이·청소년의 정신건강을 해치며 여성 등 소수자 인권을 침해한다”며 의회에 빅테크 개혁·규제를 위한 초당적 입법을 호소하는 글을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했다.

구글의 방대한 광고 기술과 플랫폼은 서로 긴밀히 얽혀있기 때문에 법원의 분할·매각 명령이 나면 매우 복잡하고 고통스러운 과정이 될 것이란 게 업계 전망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소송을 1984년 미 최대 통신사 AT&T가 정부의 반독점법 소송에서 패소, 8개 회사로 강제 분할된 사례에 비견하기도 했다.

실리콘밸리의 다른 대기업에도 반독점 시정 명령과 소송이 진행 중이다. ‘아마존 저승사자’로 불리는 리나 칸 위원장이 이끄는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최근 페이스북 모기업 메타의 가상현실 스타트업 인수를 막도록 법원에 요청했고, 마이크로소프트의 690억달러 규모 게임 업체(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에도 제동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