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인공지능(AI) 연구·개발에서 선두 지위를 유지하려면 이스라엘 같은 국제 파트너와 협력해야 합니다.”

제이크 오친클로스 미 하원의원(매사추세츠주·민주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하원 본회의장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동으로 AI 연구센터를 설치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소개하는 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언뜻 보기엔 평범한 연설이지만, 그가 읽은 100여 단어의 법안 설명이 ‘챗GPT(ChatGPT)’를 통해 작성된 사실이 알려지며 뒤늦게 주목받고 있다. 챗 GPT는 지난해 11월 말 미국 기업이 공개한 ‘AI 챗봇(채팅 로봇)’으로, 질문을 입력하면 원하는 답을 대화체로 알려주는 서비스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 등은 30일 “미 의회에서 AI가 작성한 연설을 낭독한 최초 사례”라며 “AI 발전에 대해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정부 규제가 거의 없어 편견이나 가짜 정보 생산 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챗GPT와 나눈 대화. 답변은 영어로 제공되지만 ‘한글로 써달라’고 하면 한국어로 답해준다. /조선일보db

오친클로스 의원은 챗GPT에 ‘법안의 중요성을 소개하는 하원 연설문을 100단어로 작성하라’고 지시했고, 이후 몇 차례 보완 지시를 통해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그날 본회의장에 있던 동료들 누구도 내 연설문이 컴퓨터가 써준 것인지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라며 “AI와 관련한 의회 논의를 촉진하고자 챗GPT를 통해 연설문을 만들었다”고 했다.

테드 리우(캘리포니아·민주당) 하원의원은 지난달 26일 의회가 AI 기술 개발과 사용을 규제해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발의했다. 그는 보도자료에서 “챗GPT에 ‘의회가 AI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작성하라’고 입력했다”며 “(해당 법안은) AI가 작성한 최초의 결의안”이라고 했다. 리우 의원은 뉴욕타임스(NYT)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아무도 AI를 통제하거나 규제하지 않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며 “정부가 AI 규제를 담당할 전담 기관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AI 기술 개발과 사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AI 윤리 지침’을 발표했다. 당시 백악관 과학기술정책국(OSTP)은 인종·성별·종교 등 차별 금지, 데이터 사생활 보호 등 AI기술과 관련해 기업과 정부 기관들이 지켜야 할 원칙을 정리해 공개했지만, 법적 효력이 없는 권고 사항이라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