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필리핀의 핵심 군사 기지에 대한 사용권을 추가로 확보할 예정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3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미국이 일본·대만에 이어 필리핀까지 연계해 중국에 대한 군사적 견제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WP 등에 따르면 미국과 필리핀 간 최종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이번 주 필리핀을 방문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을 만나는 자리에서 관련 발표가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남중국해를 끼고 있는 필리핀은 대만과 가깝다. 미군이 사용할 수 있는 기지가 늘어나면 대만이나 남중국해에서 군사적인 긴급 사태가 발생할 경우 미군의 작전과 군수 지원이 수월해진다.
미 당국자는 “필리핀 기지 4곳에 미군 순환 배치가 가능한 주둔지를 열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며 “북부 루손섬과 남부 팔라완섬 기지들이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필리핀에는 약 500명의 미군이 순환 배치되고 있는데, 기지를 더 많이 사용할 수 있으면 병력 규모가 다소 늘어날 수 있다. WP는 “수도 마닐라가 있는 루손섬의 기지 두 곳이 특히 중시되고 있다”며 “(이 기지들이) 대만이나 남중국해에서 충돌이 발생했을 경우 작전을 시작할 전략적 입지를 미군에 제공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지난 17일 에두아르도 아노 필리핀 국가안보보좌관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기지 제공 문제를 논의했다고 한다.
미국 측은 기지 사용 대가로 필리핀에 대한 군사 원조를 제안했고, 그중에는 필리핀군이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활동을 모니터할 수 있는 드론이 포함돼 있다고 WSJ는 보도했다. 다만 최종적인 합의 발표까지는 아직 변수가 남아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필리핀의 최대 교역국이고,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 부부가 1월 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초청을 받아 중국을 국빈 방문한 만큼, 현재 진행 중인 미국과 필리핀 간 세부 협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필리핀군 관계자는 WP에 “최종 합의는 양국 국방장관이 만났을 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